[372호 에디터가 고른 책]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것’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나눌 수 있는 대화거리이다.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다들 각자의 삶에서 코로나가 일으킨 변화를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와 교회가 겪는 변화 속에서 함께 고민해볼 내용을 담고 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에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주제로 열 번의 강의를 진행했고, 그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 ‘신데카메론’이란 제목은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을 피해 별장에 모인 열명이 10일간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담은 소설집 《데카메론》에서 가져온 것이다.
《데카메론》의 구성처럼, 이 책에서도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교회, 과학과 기독교, N번방, 저널리즘, 공중보건, 탈종교, 본회퍼, 공공신학, 이중 소명, 루터교.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나누는 주제들은 교회가 풀어가야 할 여러 층위의 숙제이자 역할에 대한 고민들로 이어진다.
각 주제에 담긴 현실적인 진단이 돋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종교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쇠퇴하던 한국 개신교는 더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성범죄에 굉장히 관대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분명히 질병은 사람을 차별하면서 쓸고 지나갔습니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너무나 독선적이고, 이기적이고, 상식 이하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지면 곳곳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진심 어린 걱정이 녹아있다. 이야기들은 강의를 실시간으로 들은 청중들과 통한다. 강의 후에 이어진 질의응답도 실렸는데, 책을 읽는 이들이 해당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아마 평소 관심을 두고 있거나 궁금했던 주제부터 펼쳐보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이후의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 모습이 궁금하다면 한번 펼쳐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역할은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최상의 효율을 따라가기보다는, 사람들이 한 번쯤 멈춰 서서 성찰하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세상의 시간과는 다른 하나님의 시간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