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유아세례를 받은 대형교회에 30년을 다니다가 작은 교회로 옮긴 지 8년째다. 여전히 대형교회에 다니는 아버지는 줄곧 내게 “작은 교회를 돕다가 다시 돌아오라”고 권유하다가 3년여 전쯤 완전히 돌변하셨는데, 아들이 작은 교회에서 안수집사가 되어서였다. “안수집사가 되었으니 그 교회에 뼈를 묻으라” 하셨다. (이런 무서운 말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작은 교회에 다닌 덕(?)에 젊은 나이에 쉽게 안수집사가 된 것이라고 여기고 있던 터라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나브로, 작은 교회의 제직(諸職)으로서 책임과 성도로서의 무게감을 가벼이 여기게 된 나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먼저 작은 교회 목사나 성도들조차 자기 교회를 (작다는 이유만으로) 부끄러워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전형적인 사례로, 작은 교회 성도들은 목회자가 큰 교회로 갈 때는 “저희는 목사님이 떠나시는 게 마음 아프지만, 그렇다고 목사님 앞길을 막고 싶지는 않습니다”라 말하고, 큰 교회 목회자가 왔을 때는 “목사님이 대답하시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목사님이 어떻게 하셨기에 이 교회로 오시게 되었습니까?”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 것은 성장과 크기에 큰 가치를 두는 문화의 영향인 동시에 이를 받아들인 교단(교회)에 있다. 이에 맞서 작은 교회들이 본질인 예배와 설교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작은 교회’란 재적 교인이 200명(예배 출석 인원 75명) 이하인 교회다. 저자들은 소수의 인원이 교회에서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고, 예배, 주의 만찬, 세례, 결혼식과 장례식 등을 함께 경험하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공동체”가 되기엔 매우 적절한 규모라 말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에 나온 책이지만, 오늘날 한국의 작은 교회 성도들이 교회의 본질을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작은 교회에 몸담은 절대다수 목회자는 책 곳곳에서 독려받을 문장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과 크기에 가치를 두는 사회에서, 작은 교회는 늘 그대로다. 작은 교회는 성장하지 않지만, 사라지는 것도 거부한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