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 글을 쓰는 오늘(5월 16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이 국회 앞에서 36일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날 한교총은 차별금지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까지 크게 세 가지다. 동성애는 죄이며,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합법화에도 반대하는 ‘반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합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여기는 ‘퀴어 앨라이’. 동성애는 죄지만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은 긍정하지만 동성결혼 합법화는 지나치다고 보는, 대다수 그리스도인이 속한 ‘온건한 중도’.
저자가 말하는 ‘제4의 의견’은 뭘까? 저자는 쉽고 빠른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1부에서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퀴어/동성애를 살피며 반동성애 운동의 문제점을 짚고 퀴어 앨라이 입장의 논거를 반박한다(반동성애 운동의 문제점, 동성애는 ‘타고난’ 것이기에 지지해야 하는 말의 모순, 일대일의 사랑으로 일반화되는 이성애 자체를 의문시하는 퀴어의 본질적 존재양식을 앨라이가 외면한다는 지적 등). 나아가 신앙의 영역과 세속의 영역을 구분하자고 한다. 2-3부에서는 기독교적 관점을 배제하고 여러 사회학자, 철학자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약자/소수자의 ‘진정성’을 무조건 인정하는 일이 정의로운지 묻고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보수 기독교 입장인 것도 같고 퀴어 이론을 지지하는 것도 같고 알쏭달쏭한 이 책. 저자는 차별금지법을 우려하고 동성결혼이 성경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유주의에 입각해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논리를 반박하고 동성결혼 합법화가 차별금지법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동성결혼 합법화가 차별금지법보다 퀴어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훨씬 쉽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도 있다).
심화하는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는 저자는 자신의 결론이 잠정적이며, 더 많은 고민과 반박의 여지가 있다고 말을 맺는다. 생각해볼 지점만큼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 적지 않지만, 결론을 섣불리 내리지 않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 여지를 두는 태도에 눈길이 머물렀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