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소란스러운 동거 / 박은영 지음 / IVP 펴냄 / 15,000원<br>
소란스러운 동거 / 박은영 지음 / IVP 펴냄 / 15,000원

《다시 말해 줄래요?》,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비욘드 핸디캡》,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몸이 말이 될 때》, 《집으로 가는, 길》, 《몸을 돌아보는 시간》…. 한두 달 새 ‘장애’ 혹은 ‘몸’을 주제로 한 책들이 이만큼 출간되었다. 키워드를 바꿔가며 검색을 통해 더 세어보다가 그만두었다.

아서 프랭크의 《몸의 증언》에 따르면, 질병의 경험, 다시 말해 ‘몸의 증언’은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이라서, 이 경험들이 공유되는 일은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윤리’로 가는 데 중요한 길이다. 늘 아쉬웠던 점은 일반 사회와 달리 기독교계에 ‘다양한 몸’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더욱이 장애인 당사자가 쓴 몸에 대한 서사는 더 찾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 책 《소란스러운 동거》의 등장이 무척이나 반갑다.

“나는 기독교인이자 장애여성이자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이며, 그 외에도 수많은 정체성들이 중첩되어 구성된 존재다. 나는 어떤 하나의 기표에 갇히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정체성이 구성한 나의 이야기를 썼다. 기독교인이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설명하는 것도, 장애인이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규정하는 것도 거부한다.”

사회에서 ‘장애’는 많은 경우 ‘정상성’이라는 기준 아래 납작하게 다뤄진다. 경증의 뇌성마비 장애여성인 저자는 비장애인들 틈에서 살아가며 겪었던 일과 고민을 솔직하게 늘어놓는다. 그렇게 학교와 교회, 직장, 병원, 각종 모임과 공동체를 오가는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몸들의 ‘소란스러운 동거’가 필요한 이유를 제시한다.

어떤 문장들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곤 한다. 몸의 경험을 유쾌하고 즐겁게 삶의 언어로 증언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문장들과 자주 마주쳤고, 저자가 꿈꾸는 새로운 일상의 자리가 이 사회 곳곳에 펼쳐지기를 함께 소망해보았다.

“우리가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서로의 고유함 안에는 서로의 몸이 포함되어 있다. …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의 고유함을 인정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각자 다른 서로를 향한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되거나 멈추지 않는 그곳이, 우리가 고대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 되신 분의 나라라고 나는 믿는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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