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다채로운 빛깔의 아름다운 표지만큼이나 매혹적인 회고록이다.
이 회고록의 깊이가 솔직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나도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추억 보정’으로 책을 집어들었지만, 사실 표지에 눈길이 먼저 갔다. 필립 얀시는 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생 때 종종 읽어서 내 청춘의 한 시절에 자리한 복음주의 작가다. 그러나 내게 인상 깊은 작가로 남아있지는 않았다.
지금도 기억나는 책은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 《내가 고통당할 때 하나님 어디 계십니까?》 정도? 가장 최근 읽은 것은 이북으로 샀던 《그들이 나를 살렸네》인데, 그가 책에서 한 챕터를 할애해 소개하는 ‘프레드릭 비크너’에 대한 팬심 때문이었다. 비크너 부분만 읽고 덮었다.
누가 그의 어떤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그 주제에 천착하는 다른 작가들도 있는데, 왜?’라고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다. ‘글 좀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이 주는 어떤 가벼운 인상 때문이었을까.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필립 얀시’ 이야기”라는 뒤표지 문구가 가슴 깊이 와닿았던 것은 ‘이때까지 읽은 얀시 책을 다시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에 적힌 문장들이 이 책으로 이어지는 그 어떤 글보다 인상적이었으므로, 실례를 무릅쓰고 길게 옮겨본다.
“이 책에서는 가장 큰 은혜의 자리여야 할 곳에 가장 큰 위험이 도사리고, 누구보다 사랑을 베풀어야 할 이가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상황이 충격적이고도 비극적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환경 가운데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수많은 갈등과 고통, 위선과 좌절, 실패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가운데 부어지는 은혜의 이야기요, 그 은혜가 주어지는 경로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얀시의 경험은 그가 은혜의 ‘파격성’, 불공평함, 놀라움을 그토록 줄기차게 강조하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 이제 인생의 황혼에 이른 얀시가 온몸으로 써 내려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그가 그동안 줄기차게 전해 온 메시지가 어떻게 잿빛이던 그의 인생에 스며들어 그것을 천연색으로 물들였는지를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