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호 에디터가 고른 책]

이것이 너희 신이다 /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 한화룡 옮김 / IVP 펴냄 / 15,000원
이것이 너희 신이다 / 크리스토퍼 라이트 지음 / 한화룡 옮김 / IVP 펴냄 / 15,000원

살다 보면 누구나 자기가 신성시하는 가치를 갖기 마련이다. SNS만 봐도 그렇다. 저마다 자기가 신성하게 여기는 가치를 설파하고, 그 결과로 한껏 충만해져서 불특정 다수에게 그 신념을 전한다. 흡사 우리는 모두 ‘전도자’가 되었다. 그런데, 모두가 근사하고 세련된 가치를 설파하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다. 무리는 갈리고 갈등은 증폭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방식을 비웃던 이들마저도 스스로 그런 방식으로 자기만의 ‘복음’을 전하니, 과거의 신들이 세련된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인가.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2017년 “정치적 격동의 시대에 예수님을 따르는 삶”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의 이 책이 매우 시의적절하게 여겨졌다. 그가 공적 강의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 기존의 원칙을 깬 이유는 2016년 두 가지 큰 사건 때문이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물론 이전에도 저자는 성경이 어떻게 현대 세계에 대해 말하는지 분별하고 해석해왔다(1부는 《하나님의 선교》 5장 ‘살아 계신 하나님은 우상숭배와 대결하신다’를 보완한 것이다). 그는 이전보다 더 예리하게 문제를 드러내야 할 때라고 판단, 성경 전문가로서 강한 도전을 받았다.

“성경을 현대 정치에 관련시키는 것은 보통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우리가 감추고 싶어 하고 심지어는 우리가 전혀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의 공적·정치적 삶의 상당 부분을 지배하는 우상들과 같은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성경을 통해 우상숭배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오늘날 우리를 둘러싼 영향력 있는 우상들의 실체를 드러낸다. 어떻게 하면 거짓 신들이 뿌려놓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야훼와 우상을 또렷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성경을 충분히 잘 알고, 주를 따라 기도하라는 것이다. 분명 새롭지 않은 제안인데, 성경과 기도를 멀리했던 내겐 매우 특별한 통찰로 들린다.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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