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성경 본문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첫 번째는 본문을 읽어도 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두 번째는 내가 익혀온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신에 위배되는 내용이 등장할 때,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내게 설득되지 않는 논리로 쉽게 해석돼버릴 때다. 그러면 무언가 찝찝함을 느낀다.
이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는 해설을 찾아보고 곧장 따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유보한 채 본문과 씨름하는 일이다.
이 책은 성경에서 어려운 본문들을 만났을 때 계속 질문하고 고민하면서 씨름할 것을 권한다. 저자가 서문에 썼듯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도 본래 ‘하나님과 씨름하다’라는 뜻인 만큼 난해한 본문은 물론,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본문과도 씨름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막 10:21), ‘부모를 미워하지 아니하면’(눅 14:26),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막 10:44) 등 문자 그대로 그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운 구절들을 총 6개 주제로 살펴본다.
특별한 점은 저자가 유대인이자 유대교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그는 혈통만 유대인인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메시아계 유대인’이 아니라, 내슈빌의 정통 유대교 회당의 교인이면서 신약성서학 연구에 힘을 쏟은 신학자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자들이 유대인의 시각으로 1세기 문화적 배경을 살펴보도록 돕고, 유대인의 문화와 관습을 모른 채 그와 다르게 해석해왔던 내용들도 바로잡는다.
본문을 두고 진지하게 씨름해보자는 저자의 말에 동의했지만, 그 과정이 결코 만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곧 끊임없이 관련한 다른 본문들과 비교하고 겹쳐보고, 해석하기를 끝내고 싶은 마음을 접고 끈질기게 본문을 붙잡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내가 이런 식으로 성경을 읽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쉽게 해석되지 않는 본문 앞에서 당혹스러워하진 않을 듯하다.
“나는 사람들이 성경에서 아무런 문제점도 보지 못할 때가 더 걱정되고 제기되는 의문조차 무시할 때는 더욱더 걱정된다. 본문의 의미를 묻지 않거나 본문의 내용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회중과 특히 젊은층에게 몹쓸 짓을 하는 것이다. 제자도란 고분고분한 양처럼 된다는 뜻이 아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