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호 커버스토리] 숭실대 이용주 교수와 이유진 객원기자의 대화
내가 내 삶에서 쫓겨난 것 같았던 20대 중반이었다. 깊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신앙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텼는데, 대학교 2학년 때 조직신학자 이용주 교수를 만나고부터 신앙에 균열이 생겼다. 그가 말하는 예수는 내가 알았던 예수가 아니었다. 삶을 견고하게 지키던 신앙이라는 틀에 생긴 틈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걷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붕괴는 시간문제였다. 그 시기 가장 많이 울게 되던 두 개의 작은 방이 있었다. 하나는 5평의 자취방이었다. 가족들로부터 도망쳐 온 이곳은 내가 문을 열지 않으면 열릴 리 없는 나만의 도피처였다. 우울과 불안은 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다. 밤이면 대답되지 않는 질문들이 내 몸을 눌렀다. 신을 잃은 나는 무방비로 밤에 노출되어 밀려오는 삶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