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호 에디터가 고른 책]
적지 않은 친구들이 섭식장애를 경험했거나,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조금이라도 더 먹으면 다시 살이 찔까 봐 강박적으로 걱정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다.
나는 섭식장애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저체중일 때 생리가 끊긴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에 의하면 ‘가장 옷빨 잘 받는 체중’이었다.) 호르몬제를 먹고 증량하자 주기가 회복됐지만, 어느 정도 살이 더 붙으면 다시 생리가 불순해졌다. 많이 빠져도 안 되고 너무 쪄서도 안 되는 몸. 이런 내가 몸의 ‘해방’에 대해 말하는 책을 리뷰해도 되는 걸까? 머뭇거리며 책을 폈는데, 곧 빠져들어 읽어 내려갔다.
영국 해방신학자인 저자는 몸, 젠더, 성, 생태신학 등의 영역을 포함한 ‘성육신’의 특성을 연구해왔다. 이 책에선 아름다움, 날씬함, 유대-기독교 신 사이의 연결성을 좇는데, (‘아시아인 그리스도’ ‘퀴어 그리스도’ ‘장애인 그리스도’라는 신학적 세계는 있는데) 왜 ‘뚱뚱한 예수’는 없는지 반문한다. 나아가 금욕주의와 절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독교 전통에서 어떻게 여성이 욕망과 온전함과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는지 살핀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여러 연구와 통계들, 다이어트 산업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제시한다. 자기 몸을 미워하는 너무 많은 여성들이, 소녀들이 보였다. 서문에서 저자는 “수천 명의 비참함, 배제 심지어 죽음을 초래하는 잘못된 생각에 대한 저항”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성육신’에 대해 곱씹었다. “우리의 집, 즉 신성한/인간이 원하는 거처”로서의 몸. 이 책은 멸시받고 스스로 멸시한 자신의 몸에서 내쫓긴 여성들을 위한 기독론적 여정이다. 26년 전 쓰인 책이라는데 마치 ‘오늘’을 읽고 있는 듯했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 ‘취업 준비’로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여성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 발간된 《월경, 어떻게 생각해?》(IVP)에도 눈길이 갔다. 2016년 이후 페미니즘에 대한 담론은 물론 다양한 여성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교계에선 그런 흐름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반가웠다. 성경적 관점에서 여성의 신체와 피를 고찰하는 두 책이. 기독 출판계에 더 다양한 여성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