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성 안토니우스, 요한네스 크리소스토무스,교황 그레고리오 1세,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얀 후스,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메노 시몬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조지 폭스, 존 웨슬리, 에이미 샘플 맥퍼슨, 마틴 루터 킹 2세. 이 책이 조명하는 12명의 그리스도인들 면면을 보면,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은 인물들이다. “이 땅에서 하늘을 추구하며, 각자의 시대와 자리에서 예수의 제자로서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활동 시기는 교부 시대부터 근현대까지를 아우른다.
저자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펴내는 월간지 〈활천〉에 기고한 글들을 묶은 책이기에, 인물 선택과 소개 방향에 있어서 연재처의 교단 배경이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르겠다. 각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길지 않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정리하여 시대와 상황의 거시적 맥락하에 인물 묘사를 이어가는데, 미국교회사를 전공(Ph.D.)하고 세계 및 한국 교회의 역사를 가르쳐온 교회사학자라는 저자의 이력에서 비롯된 결과물일 테다.
“존 웨슬리는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의 종교개혁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감리교회→ 성결교회 → 오순절교회로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의 원류가 되었습니다. 청교도의 유산을 수용하면서 영국 국교회의 기본 정신에 충실할 뿐 아니라, 고대의 교부들과 당대의 경험주의를 함께 포괄했던 그의 지적 능력과 영적 깊이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빼어난 성취뿐 아니라 약점과 스캔들도 가감 없이 서술하고자 노력했다. 한계가 있는 이들의 삶에서 하나님의 역사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오늘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 한국교회 상황에 맞춰 평가와 적용을 하는 각 장 마지막 ‘생각 나눔’ ‘묵상과 토론을 위한 질문’은 유용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살펴본 에이미 ‘누나’의 삶은 결코 찬양하고 흠모할 대상이 아닙니다. 어떤 지우개로도 지울 수 없는 오점과 실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연약한 여인이 성령에 붙들려 병든 개인, 교회, 그리고 세상을 치유했습니다. 헨리 나우웬의 통찰처럼, 개인의 상처를 환대와 집중으로 극복했으며 사역자에게 요청되는 신비와 혁명을 함께 추구한 것입니다. 부디 이 암담한 시절에 “상처 입은 치유자들”(the Wounded Healers)의 출현을 앙망합니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