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나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그냥 돌아와 버렸다. 너무 많아서 물건을 고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다 선택할 수 있다면 사실상 이는 자유가 아니며, 오히려 우리 마음은 닫혀 버린다.”
대형 마트에서 자유의 의미를 고쳐 생각하고, 천문대에서 달을 보며 인간의 작음을 깨닫는다. 이 책은 일상의 순간과 연결된 신앙적 의미를 살피고 전한다. 저자는 남편과 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바쁘고 분주한 삶을 벗어나 속도를 늦추고 하나님 은혜를 누리는 삶을 제안한다.
최근 미니멀한 생활 방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터라 책 내용에 호기심이 생겼다.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생활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게 된 건 내가 소유한 물건의 양이 나 혼자 관리하고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옷장을 가득 채운 옷, 오래된 식료품, 집 안에 쌓인 물건을 정리할 엄두조차 못 냈다. 하나씩 처분하고 정리하기를 거듭하고 나서야 숨통이 트였다. 이렇게 하기까지, 내가 누리고 통제할 수 있는 나만의 생활 반경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 필요했다.
저자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에 주목한다. 이 책이 초대하는 삶은 우리가 일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한계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선물’이자 그어주신 ‘안전선’이며, 약함을 받아들이는 길이 하나님께 은총을 입는 과정이라고 설명할 뿐이다.
“우리는 한계가 경이감을 막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한계 덕분에 경이감이 더 깊어진다. 여유로운 삶에 수반되는 즐거움은 수고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초대다. 우리의 즐거움은 하나님이 우리를 즐거워하시는 데에 대한 반응이다.”
‘자유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라’ ‘작아지라’ ‘SNS를 제쳐두라’ ‘기다리라’ ‘안식하라’ ‘즐거워하라’ ‘주목하라’ ‘공동체로 살라’ ‘기억하라’ ‘거하라’ ‘소망에 놀라라’ ‘목적을 두라’ ‘새롭게 보라’고 초대하는 열세 가지 이야기에는 각각 진솔한 기도가 실려있다. 이를 읽는 일만으로도 차분하고 정돈된 삶의 호흡에 동참하는 기분이 들었다.
바쁜 일상에서 안식하며 여유롭게 머무는 시간이 그리운(필요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