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호 에디터가 고른 책]

리딩 더 타임스 / 제프리 빌브로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 16,000원<br>
리딩 더 타임스 / 제프리 빌브로 지음 / 홍종락 옮김 / IVP 펴냄 / 16,000원

“해야 할 걸 할 시간이 없다고? 영상 보는 시간을 줄여.” 최근 여자친구에게 들은 조언이다. 맞는 말이라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한 건 해야 할 일 중 ‘뉴스 보기’도 들어있었다는 사실. 갈수록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보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정작 뉴스를 보는 시간과 횟수는 줄어든다. 뉴스 외에도 볼 게 많아져서일까. 뉴스에서 반복되는 소식이 피곤해지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이 괴로워져서 그런 걸까.

이 책은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미디어 생태계의 문제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뉴스를 소비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다룬다. 단순히 뉴스를 잘 읽어내라는 훈계나 훈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주목하며 살아야 하는지, 시간을 어떻게 여기며 지내야 하는지 등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보면서 뉴스 소비가 삶의 전반에 있는 중요한 문제들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이다.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맞닥뜨리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 피드나 신문 1면에서 찾을 수 없는 소식, 우리 주변의 소리에 귀를 여는 것이다. 뉴스가 조장하는 실존적 위기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거룩한 초연함’의 자세를 취하고, 사랑과 기도와 소망으로 대응할 것도 제안한다.

“칼 바르트(Karl Barth)가 권하는 대로, 그리스도인들은 “한 손에 있는 성경을, 그리고 다른 손에 있는 신문을 읽어야” 하지만, “성경으로 신문을 해석하”면서 그 반대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런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는, 아우구스티누스가 상기시키는 것처럼, 지상과 도성과 하늘의 도성이 “서로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긴 호흡으로 운영되는 매체, 느린 형태의 사유를 따르는 월간지나 계간지를 찾아보라고 한다. (대안으로 월간지가 언급되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 책을 읽는 동안 뉴스를 소비하는 일뿐 아니라 어떻게 이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 얇지 않은 이 종이 잡지의 맨 뒷부분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고민해봤을, 이미 실천하고 있을 것들을….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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