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호 에디터가 고른 책]

주기철&nbsp;― 사랑의 순교자 / 이덕주 지음 / 홍성사 펴냄 / 20,000원<br>
주기철 ― 사랑의 순교자 / 이덕주 지음 / 홍성사 펴냄 / 20,000원

한국의 종교 반공주의,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국 기독교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 ‘사람과 상황’에 실린 한 포럼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이름은 들어보았지만 솔직히 잘 모르는,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전기. 솔직히 ‘순교’는 무겁고 낡은(!) 주제로 여겨졌지만, 왠지 일제강점기 한국 교계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주기철 목사 성역 100주년을 맞이해 20년 전 출간한 내용을 전면 개편한 것이다. 이전 책에 담았던 사료 비평과 선행 연구에 대한 비평을 빼고, 그동안 새로 발견된 자료(총독부, 일본 정부에서 간행한 비밀 보고서 및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를 참고해 보완했으며, 주기철 목사가 생전에 기고했던 원사료들 일부를 가져왔다. 400쪽 정도로 간단(?)해진 이 책은 나처럼 한국 기독교사나 주기철 목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에 부담이 줄어들었다.

주기철 목사(장로교)는 일제 말 신사참배 반대를 굽히지 않아 구금된 상태로 순교한, 한국교회사를 대표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감리교 신학자이자 한국교회사 연구 전문학자인 이덕주 은퇴교수는 지금까지 주기철 연구들이 ‘복원된’ 설교문에 바탕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순교 전 주기철 목사가 기고했던 원사료들을 찾아내 그를 새롭게 조명한다. 혹독한 고문을 이겨낸 ‘순교 영웅’ ‘타협을 모르는 보수주의 장로교 신앙의 수호자’가 아닌 죽음과 이별을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이자, 하나님과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과 영성의 힘을 가진 신앙인으로.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주기철 목사보다 그에게 ‘강인해져야 한다’고 말한 가족과 평양 산정현교회 교인들의 태도였다. 학창 시절 근현대사 수업에서도 ‘신사참배’에 대해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일제 말 당시 교계 분위기가 어땠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주기철 목사를 지금까지 기억하는지 어렵게 가늠해볼 수 있었다.

“고문과 악형으로 이어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난의 시간 속에서 “죽음은 차라리 축복”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당연했다. 이들은 타협해서 살기보다는 신앙 양심을 지키다 죽음으로 하나님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보여주기를 소원했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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