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호 커버스토리]
문경경찰서 경비주임이셨던 나의 조부는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 문경 노루목이라는 곳에서 빨치산과 전투하던 중 전사했다. 빨치산이라고 하나, 대부분 근처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었다. 단지 정치 이념이 달랐을 뿐이었지만 형제를, 친구를, 이웃을 죽일 이유가 되었다. 부친은 조부께서 돌아가신 후 생모가 새 삶을 택하여 떠나는 바람에 홀로 자라야만 했다. 상처 가득한 인생 가운데 나 또한 그의 자녀로 태어나 어쩔 수 없이 전쟁이 남긴 인간을 향한 증오와 미움의 상처를 겪으며 자라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