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에디터가 고른 책]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 / 에드자르트 샤퍼 지음 / 주도홍 옮김 / 단열삼열 펴냄 / 13,000원
네 번째 동방박사 알타반 / 에드자르트 샤퍼 지음 / 주도홍 옮김 / 단열삼열 펴냄 / 13,000원

러시아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승이 단초가 된 소설. 우리에게 알려진 동방박사 세 사람 외에 알타반이라는 이름의 네 번째 동방박사가 있었다는 설정이다. 알타반은 아기 예수께 경배드리고자 예물을 챙겨 떠나지만, 아기 예수를 만나지도 못한다. 오히려 그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노숙인 신세가 되고 만다. (아기 예수를 찾아 떠나기 전의 그는 아주 작은 영지를 갖고 있었던, 신앙이 매우 깊고 신실한 사람이었다.)

알타반이 여행길에서 완전히 거지꼴이 된 이유는 그의 신앙 탓이었다. “불쌍한 사람들이 끔찍한 위기에 처한 것을 보게 되면 그는 만유의 주를 위해 준비한 예물 중 얼마를 떼어주어야만 했다. 그분께서 일하실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불행한 사람들이 당한 고통이 너무도 힘들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렇게 떠돌다가 30년이 흘러 걷기조차 힘든 노인이 되어서야 드디어 아기 예수를, 아니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만난다. 예수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다.

저자 에드자르트 샤퍼는 1908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1984년 스위스 베른에서 76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나치는 그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고, 소련은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여러 직업을 가졌어야 했는데, 전쟁 특파원, 산림 노동자, 번역가, 포로 구호단체의 서기 등으로 일했다. 전쟁이 끝나고 1947년 스위스에 정착하고는 소설, 수필, 전기, 연극과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쏟아냈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쏟은 주제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과 신앙의 관계이다. 이 작품 역시 그 맥락에서 피어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며 한 편의 성극을 보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나 ‘네 번째 동방박사’ 관련 성극 대본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비록 단역이었지만, 교회의 어설픈 성극에 참여했을 때가 떠올랐다. 반강제적으로 맡은 역할이었어도 예기치 않게 찾아온 벅찬 감격이 있었다. 이야기의 등장인물 중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상상하며 읽는다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범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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