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에디터가 고른 책]
어쩐지 교회 얘기는 늘 조심스럽다. 특히 교회에서 벌어지는 다툼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교회에서 만날 법한 세 명의 가상 인물을 통해 교회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실제로 자신이 교회 생활을 하고, 사역을 이어오면서 겪었던 일에 관계된 이들을 염두에 두고 가상 인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약 독자들이 이를 보면서 주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를 생각하며 읽으라고 권한다.
신기하게도 정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그를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왠지 그 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이 교회의 다툼 속에 있는 인간 군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상황에 담겨있는 신학적 의의를 짚어내기 때문이다.
교회를 미워했던 저자가 교회를 다시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내 다툼이었다.
“저는 한 명의 역사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양한 다툼 속에서 옳고 그름의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의 역할을 내려놓았습니다. 단지 역사가가 되어 각자 나름의 입장을 충실히 조사해나갔습니다.”
그는 다양한 교인들 입장을, 그들의 굴곡진 신앙의 맥락을 들으면서 모든 사람의 말이 모두 옳지는 않더라도 저마다 맥락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교회에서 갈등을 빚어내는, 나와 교회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처한 문제와 배경을 적절히 설명한다.
다툼 이야기는 결국 교회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교회는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교회는 조직이 아닙니다. 따라서 잘난 사람들만 모이고, 똑똑한 사람들만 모여서 확장을 꾀하는 조직은 교회가 아닙니다.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사람들이 모여 우리의 구별됨을 자랑하는 집단 또한 교회가 아닙니다.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이 뒤섞여, 때로는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뒤섞여, 또한 세속적인 사람과 영적인 사람이 뒤섞여 거룩함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주인 되심을 고백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바로 교회입니다.”
경험했던 교회 생활에 의문점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그 의문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줄 수도 있겠다. 지금 교회 공동체의 불안정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정민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