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에디터가 고른 책]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라시드 할리디 지음 /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25,000원
팔레스타인 100년 전쟁 / 라시드 할리디 지음 /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25,000원

두 해 전, 사내 독서모임에서 팔레스타인 출신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의 《펜과 칼》을 읽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또 공습했던 즈음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얕게나마 살펴봤었다. 안타까웠지만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다른 ‘이슈’들처럼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리고 오늘, 가자 전쟁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외부자 시선에서 사태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당사자 시각은 어떤지 알고 싶어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역사학자가 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물론 명문 가문 출신인 저자가 가자지구 난민을 대변할 수는 없다.)

이 책은 2020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관점에서 분쟁 전반을 기술한 보기 드문 수작’으로 주목받았다. (저자는 역사적 현장에 있던 친척의 일화를 더해 현장의 생생함도 전한다.) 저자가 규정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의 원인은 ‘정착민 식민주의’(Settler Colonialism). 영국과 미국 등에 힘입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몰아내고 정착민으로 들어왔으며, 오늘날 두 나라의 충돌 또한 100년 넘게 이어진 식민지 전쟁이라는 지적이다.

“1966년까지 대다수 팔레스타인인은 엄격한 계엄령 아래서 살았고, 가진 땅을 대부분 빼앗겼다. 이스라엘 국가가 합법으로 간주한 수용을 거쳐 가로챈 이 땅은 경작 가능 지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유대인 정착촌이나 이스라엘토지공사에 양도되거나 유대민족기금에 통제권이 넘어갔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데, 저자 역시 한국에 머물 때 한국전쟁과 한국사,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관한 자료들을 구해 읽었다고 한다. (저자는 1960년대에 유엔에서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바 있다.)

한편, 양심적 유대인 사학자 일란 파페의 《The Biggest Prison on Earth: A History of the Occupied Territories》와 미국 복음주의 신학자인 개리 버지의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도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책이다. 이번 호 인터뷰(사람과 상황)에서 만난 김동문 선교사의 말처럼, 부디 나의 독서가 지식과 정보를 얻는 데 그치지 않기를.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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