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호 월간 에디터의 도전]
한 달 동안 휴대용 태양광 패널로 휴대전화를 충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재)한빛누리 생태회복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지원받은 예산으로 태양광 패널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패널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인 휴대전화 사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도전에 참여했던 에디터들의 소감을 지면에 남깁니다.
- 한 달 동안 태양광 패널로 휴대전화 충전에 도전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했던 이야기가 있다면?
정민호: 처음에는 이 챌린지에 극단적으로 임했습니다. “챌린지하는 동안 휴대전화 충전기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태양광 패널 충전을 아예 모르고 했던 소리였습니다. 초반에 충전량 0%에서 보조배터리를 1%로 만드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그 며칠 동안 제 휴대전화가 여러 번 방전되었어요. 갑자기 연락 두절되었던 상황을 이해해줬던 지인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죠. 처음 며칠 동안은 태양광 패널이 아예 안 되는 줄 알고 꽤 우울해했고요.
이범진: 의외로 햇빛 쨍쨍한 날씨가 많지 않더라고요. 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위에 올려두었는데, 충전이 거의 되지 않아서 당황스러웠어요. 단위 면적당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이었는지…. 햇빛 쨍쨍한 날씨에서는 휴대용 태양광 패널을 통해 충전할 수 있었지만, 햇빛 없는 날이 이틀만 지속되어도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없었어요.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영상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좋았지만, 내 휴대전화를 들고 가 몰래 게임을 하고 있던 아이에게 화가 났습니다.
강동석: 충전법과 주의 사항을 미리 안내받거나 배웠더라면 시행착오를 줄였을 것 같아요. 집에 햇볕이 그나마 들어오는 편이라, 충전하기 쉬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창문 형태상 햇빛에 태양광 패널을 그대로 노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창문 쪽에 두면 충전 표시는 떴지만 제대로 충전되지 않았어요. 이틀에 휴대전화 배터리 3% 채워질 분량이 모였으니 사실상 의미가 없었습니다. 포기하고 일반 충전 방식과 병행했습니다. 패널이 은근히 무거운 편이라 휴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캠핑하거나 여행할 때 들고 가면 유용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햇빛이 ‘제대로’ 들어오는 환경이 중요해서, 주거 불평등(?)을 돌아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 이 챌린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나요?
정민호: 우리 집은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아요. 반대편 건물에 비친 반사광 빛줄기가 오전에 잠시 10분 정도 머물다가 사라질 뿐이죠…. 출근하자마자 햇빛이 잘 드는 사무실 옥상에 패널을 올려두면, 2시간 30분에 600mA 정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제 휴대전화 충전량으로는 20-25%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사무실 건물 옥상에 그늘이 생깁니다.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 직사광선을 얻어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이 에너지양을 계산해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직사광선을 어느 정도 받으면, 얼마큼 배터리 충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죠. 아침 햇빛을 맞으며 패널을 펼쳐놓고 세워둘 때, 이를 수거할 때를 생각하면 태양광의 세기도 짐작할 수 있거든요. 역으로 휴대전화 사용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있어야 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콘센트에 충전기만 꽂고 충전할 때는 알 수 없었던 감각입니다.
이범진: 햇빛 쨍쨍한 날 4시간(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충전하면, 휴대전화(아이폰12 미니) 배터리의 30-40%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은 날은 60% 충전도 가능했습니다. 날씨에 민감해진다는 것만으로도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기 때문에 날씨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는데, 해가 어디서 뜨고 어디로 지는지, 우리 집의 일조 조건은 어떠한지 살피는 기회가 되었어요. 농촌에 농사일을 도우러 갔을 때, 사방에 햇빛이 쨍쨍해서 놀라웠어요. 어떤 건물도 태양을 가리지 않았고, 직사광선이 그대로 도달했습니다. 반면 도시 생활은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태양광 패널 관련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대체에너지에 관한 더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동석: 가장 충전이 잘된 순간은 직사광선이 그대로 내리쬐는 교회 카페의 마당에서 충전했을 때였습니다. 점심시간에 내놓으면 1시간에 3-5% 충전되었습니다. 각도와 위치 등 여러 요건이 맞아떨어지면 1시간에 10%를 웃도는 수치로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어요. 다만, 이렇게 충전하기가 어려우니 휴대전화 배터리 1%가 깎이는 것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습니다. 평소 휴대전화에 삶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런 자각은 시간을 정해 휴대전화를 쓰지 않는 실천으로도 이어져, 챌린지 이전보다는 휴대전화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햇빛 드는 곳이 어딘지 살피다 보니 자연스럽게 걷기 횟수도 늘었습니다. 매우 미약하지만 삶에 아주 조금 활기가 돌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범진: 햇빛을 받는 각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아파트에는 그늘진 곳에도 태양광 패널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있는데, 7년 전에는 설치 조건이 참 까다로웠어요. 우리 집을 살핀 관련 업체에서 베란다가 정남향에서 5도 틀어져있다고 설치를 안 해주려 했었거든요.
- 앞으로도 이 챌린지를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요?
이범진: 태양광 패널은 꾸준히 사용할 것 같지만, 챌린지는 계속 이어가기에 역부족입니다. 날씨와 기술력도 문제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에요. 특히 야근(마감 기간) 중에는 마음이 쫓겨 태양광 전지에 전혀 신경 쓰지 못했어요. 일주일 정도 에너지를 모아 1-2회 휴대전화를 완충하면서 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탄소발자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활용할 겁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태양광 관련 주식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봤어요. 투자를 해도 수익으로 연결되기가 어려운 구조라서 큰 ‘재미’를 보기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고요. 정말 냉정하고 세밀하게 분석하는 투자자들의 면모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그동안 세상을 너무 이상적이고 나이브하게 봐온 것 같아요.
강동석: 현실적인 이유로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다만 몇 박 며칠 휴식하러 어디론가 갈 때는 태양광 패널도 갖고 갈 듯합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효과적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면, 실생활에 더 유용할 것 같아요.
정민호: 챌린지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어요. 감각적으로 압니다. 이 까탈스럽고 작은 패널로 휴대전화 충전하기가 불편한 일이라는 사실을요. 직사광선을 꾹꾹 받아낼 기회가 생각보다 잘 오지 않는다는 것도요. 햇빛 잘 드는 곳에 이 패널을 늘 설치해두고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들고 다니는 무게도 무거워서) 계산해봤을 때 9월 낮의 직사광선 11.3시간을 모으면, 제 휴대전화 배터리를 100% 완충할 수 있습니다. 햇빛만 잘 드는 날이면 50%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요.
- 총평하자면?
정민호: 에너지 사용의 규모를 대중하게 된 활동이었습니다. 절약은 그다음에…
강동석: 노력에 비해 효과 미미, 실효성 ‘글쎄’… 기대 안 하면 괜찮을지도.
이범진: 여름에 다시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