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9호 에디터가 고른 책]

교회 옆 미술관 /&nbsp;구미정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0,000원<br>
교회 옆 미술관 / 구미정 지음 / 비아토르 펴냄 / 20,000원

“누구나 집에 우환 하나씩은 다 있는 거 아닌가요?” 아는 후배가 지나가면서 한 말에 왠지 모르게 위로받은 적이 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건 아니지만, 살면서 힘든 일 하나 정도는 있더라도 그 후배처럼 씩씩하게 살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와 다르지 않게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될 수 있다.

마음이 피폐해져 큰 상실감에 빠져있던 저자는 유럽 여행을 떠나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광활한 해바라기 평원을 바라보고, 고흐가 그린 〈밤의 카페〉에 실제로 앉아 ‘지친 영혼을 위로하고 싶다’던 고흐를 떠올리며 생기를 찾았다. 그에게 위로를 주었던 건 유럽에서 만난 예술이었다.

“나는 예술의 힘을 믿는다. 종교와 예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세상을 이롭게 하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후자라고 답하겠다. … 종교의 분탕질을 예술은 꿋꿋이 고발한다.”

예술은 그렇게 불의한 세상의 질서와 현실을 고발하고 고난 속에 있는 이들을 위로한다. 저자는 그곳에서 고흐, 피카소, 마티스, 샤갈, 달리, 클림트 등 여러 화가를 만나고 돌아와서 글을 썼다. 열두 가지 신학 주제를 그림과 곁들여 풀어낸 글이 전작 《그림으로 신학하기》로 출간되었고, 이번엔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 인물들 이야기를 썼다. 하갈, 십브라와 부아에서 사르밧 과부와 술람미 여인에 이르기까지 24명의 삶을 소환한다.

그저 성서에 이런 여성 인물들이 있었다고 알리는 게 아니다. 어떤 폭력과 소외와 배제 속에서 어떻게 존재했는지, 그들의 삶이 말하는 고귀한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하고 해설한다. 한 인물을 다루더라도 다양한 그림이 사건을 다각도에서 보여주고, 저자의 말에 근거를 더한다. 그림을 보며 단서를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이는 성경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성경은 눈으로, 문자로 읽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셈이다.

“여성과 책의 조합이 어색하던 시절에 렘브란트는 과감히 안나를 신학자로 소개한다. 이 안나가 우리에게 말한다. 성서는 그저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고, 손으로 살려내고,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책이라고.”

그림은 타인의 삶을 상상하고, 진의를 이해하는 데 좋은 매개이다. 물론 미술 작품만 가능한 일일까 싶다. 교회 옆 미술관뿐 아니라 교회 옆 공연장, 교회 옆 영화관도 있으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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