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호 공간 & 공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디에 있을 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무더운 여름이었다는 것은 또렷하다. 그야말로 삼복더위 뜨거운 여름날이었다. 할아버지는 충청남도 조치원(현 세종시), 살던 집에서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산골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라고 하여 ‘안골’로 불리는 동네에서 사셨던 할아버지를 뵈려면 서울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조치원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종점에서 내려 또 한 번 버스를 갈아타고 내려서 걸어 올라가거나, 마중 나오시는 큰아버지 트럭을 타고 가거나, 그렇지 않으면 택시를 불러 타고 들어가야 했다.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 농부로 사시면서 아들 다섯을 낳고 기르신 할아버지의 원래 집은 방 세 칸 흙집 본채에 아궁이 딸린 부엌과 소 한 마리 사는 외양간에 붙어있는 방 한 칸짜리 별채, 재래식 화장실로 구성된 1950년대 촌집이었다. 할아버지는 옛집을 헐고 현대식 집으로 건축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운명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