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호 커버스토리] 소록도 10년 이야기
※ 소록도를 대중에게 알린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天(하늘 천)을, 한센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강선봉 에세이집 《소록도 천국으로의 여행》에서 賤(천할 천)을 따왔다. 이하는 《당신들의 천국》 1984년 개정판 서문의 일부다. “제목 ‘당신들의 천국’은 당시 우리의 묵시적 현실 상황과 인간의 기본적 존재 조건들에 상도한 역설적 우의성에 근거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땐가 그것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릴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필경은 그때가 오게 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가 오게 되면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사시적 표현이나 그 책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우리에겐 한 작은 섬의 이름으로 대신해 불렀던 그 ‘당신들의 천국’을 ‘우리들의 천국’으로 거침없이 행복하게 바꿔 불러도 좋은 때가 온 것인가.”
열아홉 살부터 스물아홉 살인 오늘까지 소록도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중고생 시절 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접하고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죠. 성경에 나오는 ‘문둥병’을 앓던 사람들이 격리 수용됐던 섬이 있다, 우리나라 끝에 있다고 하니 흥미로웠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난 어느 날 ‘참길자원봉사센터’에서 국립소록도병원 봉사 신청을 하게 되었지요. 참가 신청은 이미 마감된 상태였는데, 센터에 전화해 묻고 신청한 걸 떠올려보면 열아홉 살의 저는 소록도를 향한 관심이 꽤 컸던 것 같습니다.
처음 소록도에 발길을 하고 그곳에 반해 어느덧 10년째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젠 저를 기다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십니다. 소록도에 계신 분들이 80대가 넘은 고령층이라 저는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라 부릅니다. 처음에는 그곳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서, 그다음엔 서울과 달리 느리게 흘러가는 소록도 섬이 좋아서, 같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이유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항상 오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 소록도를 대중에게 알린 이청준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서 天(하늘 천)을, 한센인으로서 삶을 살아온 강선봉 에세이집 《소록도 천국으로의 여행》에서 賤(천할 천)을 따왔다. 이하는 《당신들의 천국》 1984년 개정판 서문의 일부다. “제목 ‘당신들의 천국’은 당시 우리의 묵시적 현실 상황과 인간의 기본적 존재 조건들에 상도한 역설적 우의성에 근거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 땐가 그것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릴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필경은 그때가 오게 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가 오게 되면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사시적 표현이나 그 책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우리에겐 한 작은 섬의 이름으로 대신해 불렀던 그 ‘당신들의 천국’을 ‘우리들의 천국’으로 거침없이 행복하게 바꿔 불러도 좋은 때가 온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