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호 커버스토리]
“누나도 같이 가시는 거잖아요. 제가 마음에 담아서 갈 거니까, 지리산에 같이 있는 거예요.” 이런 말에 마음이 녹아내렸다. 교회 청년들과 지리산 종주를 떠나던 후배 JP가 잘 다녀오라는 내 말을 이렇게 받아쳤다. 말이 없는 친구인데, 했다 하면 이렇구나! 평생 이렇듯 달달한 세레나데를 듣고 살겠구나, 하며 결혼했다. 환상이 깨지기까지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기나긴 인생 여정 중 에로스 에너지가 폭발하는 짧은 순간이 있다. 생전 불러보지 않은 세레나데를 부르고 행복을 장담하며 결혼한다. 환상이었기에 다행이지, 음식이고 사람이고 단맛을 안 좋아하는 내가 평생 달달함 속에 살아야 했다면 고통이었으리라. 우리는 올해 결혼 25주년을 맞았다. 마리 루티(Mari Ruti)가 말한바 ‘사랑은 행복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문제’라면, 우리는 25년 치열한 사랑의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꽤 괜찮은 중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