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호 잠깐 독서]
삶의 언어로 만나는 시편의 노래들
유진 피터슨과 U2 리드 보컬 보노가 만나 시편에 관해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저자는, 유진 피터슨에게 수업을 듣고 조언을 따라 매일 시편을 묵상해왔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14가지 주제(솔직함·공동체·역사·기도·시·슬픔·분노·기쁨·원수·정의·죽음·생명·열방·창조세계)로 시편을 생생하게 이해하도록 안내하는 입문서다.
시편이 말하는 복수는 사사로운 복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다. 시편 저자가 고대하는 것은 하나님의 신원(伸寃, vindication)이다. “히브리 전통에서 정의의 시행은 하나님만의 특권이다. 고통을 아시고 수용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며, 그래서 저자는 그분께 신자의 편에서 행동해 주시기를 탄원한다. … 시편의 신앙은 이상주의가 아니라 섬뜩하리만치 현실주의다. (157쪽)
현대 그리스도인을 위한 잠언의 ‘지혜’
저명한 구약학자인 저자가 25년에 걸쳐 저술한 2권짜리 NICOT ‘잠언 주석’(2004)을 제자와 함께 개정·축약한 책이다. 일반 신자도 읽을 수 있게끔 접근성을 높이고, 최신 연구를 반영해 새로 정리했다. 그리스도 중심적 잠언 해석을 지향하며, 현대인의 삶을 염두에 둔 풍부한 적용이 강점이다.
「잠언」의 신학은 모세의 신학과 예언자들의 신학을 세련되게 다듬는다. 이 셋―모세와 예언자들과 지혜자들―의 최종 목표는, 신학에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실천에서는 정의와 공의를 행하여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며, 목적에서는 참 이스라엘을 세상 끝까지 확장한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율법은 계명과 규정을 통해, 예언자들은 신탁을 통해, 솔로몬은 잠언을 통해 그 일을 수행한다. (50쪽)
우리가 몰랐던 동물의 언어
행동생물학자가 전하는 동물행동학의 흥미로운 세계가 다양한 그림과 사진을 통해 펼쳐진다. 동물 언어가 연구되는 경향은 물론, 여러 실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해 쓰였지만, 생물학 교과 과정에도 없는 내용들이라 어른이 읽기에도 새롭다.
실제로 동물들도 관용구를 써요. 큰흰코원숭이와 캠벨모나원숭이가 관용구를 사용한다고 관찰되었어요. … 표범처럼 땅에서 나타나는 적이 보이면 “피오우(pyow)”라고, 독수리처럼 하늘에서 나타나는 적이 보이면 “핵(hack)”이라고 소리를 질러요. … 그런데 이 둘을 조합(pyow-hack)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답니다. “자, 가자!”라는 이 울음소리는 공포로부터 도망치라는 뜻이 아니라 다음 먹이를 구할 곳으로 출발하자는 뜻이기 때문이에요. (86쪽)
더불어 살리는 삶
하늘, 땅, 사람이 서로 더불어 살며 평화를 일구고자 애쓴 연구와 실천이 담겼다. 책에는 강원도 홍천, 서울 인수마을 등에서 먹고 입고 자고 놀고 일하는 생활양식을 함께 도모한 이들의 가치관과 시행착오의 지혜가 녹아있다.
마을살이는 온생명 더불어 사는 평화살이를 구현하는 길이며, 지구공동체를 돌보고 살리는 실천이다. 지구는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생명을 살리는 이곳, 이 일상의 살림터가 곧 지구다. 살림문명은 이 땅 곳곳의 살림터가 이어진 마을생태계를 통해 구현된다. 자치 자족 자립하는 마을들의 자율적인 연대인 마을생태계가 살림문명을 일구는 살림생태계이며, 이러한 살림생태계 자체가 바로 나라이고 지구다. (126-1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