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호 반디마을 한몸살이]

   
▲ 관계의 '적정선'은, 편안한 듯하나 실상은 피상적이고 공허하다. 공동체에는 '적정선'의 관계를 넘어서는 '모험'이 필요하다. (사진: 정동철 제공)

고지전의 기념비
잠자리에 누웠는데 어둠 속에서 아내의 이런저런 푸념이 흘러나온다. 옆집 자매와 점심 식사를 함께했는데,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음식이 넘쳤으면 좋았겠지만 모자라서 생긴 문제였다. 살림살이에 익숙지 않은 새내기 주부들이 흔히 하는 실수다.

자려는데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단순히 낮에 아내가 겪은 속상함에 대한 깊은 공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막 출항한 배와 같은 공동체가 항구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의사소통에 적신호가 들어온 느낌이라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시계를 보니 아직은 희망이 보이는 자정 전이었다. 그날 밤 두 자매는 관리사무소 앞에서 단둘이 만나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일화는 울산광역시 언양읍 반천리 일대에서 전해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를 공동체가 수시로 되새김질하는 이유는 공동체 내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나 다툼을 유발할 만한 불씨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이런 불화에 우리가 어떤 자세로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상기시킨다. 어느 전쟁이든 교두보가 될 만한 고지를 점령한 전설 같은 이야기가 한두 가지쯤은 전해 온다. 우리 공동체의 갈등 해법은 이 고지에 남겨진 기념비적 사건으로 일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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