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2호 교회 언니, '종교와 여성'을 말하다]

‘여성의 경험’으로 학문하기
지금 돌이켜보면 코스웍 3학기가 가장 활기찼었다. 웬만큼 적응도 했고, 리듬도 생겼고, 뭔가 알 것 같은 그런 시기였다. 그리고 이때 논문 주제, 연구 방법, 논문 지도 교수가 다 정해졌다. 3학기 수업 중에서 두 과목이 나중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 하나가 〈종교, 제국, 민족주의 그리고 이슬람 페미니즘〉(Religion, Empire, Nationalism and Islamic Feminism)이라는 수업이었다.

이 과목은 소위 T-코스(course)라고 불리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박사생들이 의무적으로 T-코스 한 과목을 들어야 했다. ‘Transdisciplinary course’의 약자로 학제간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개설되는 이 과목은, 전통 분과의 접근법만으로는 연구하기 어려운 주제들, 혹은 두 가지 이상의 방법론으로 새롭게 연구 영역을 확대해가는 과목들이었다.

여성학은 처음부터 학제간 학문일 수밖에 없었는데, 여성과 여성의 경험에서 출발한 학문인 만큼 어느 전통 분과에도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전통 분과가 여성학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한편 종교학도 고유한 방법론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학문이다. 종교학은 여러 종교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과인데, 종교학 전공자는 모든 종교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종교를 전공으로 하고 나머지는 부차적으로 연구한다. (요즘은 아예 세계 종교를 전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긴 하다.) 각 종교는 자기 나름의 신학이 있고, 근대 이전까지 신학은 주로 경전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신학이 자기 종교를 (그리고 그 신자들을) 어떠한 식으로든 증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하는 연구라면, 종교학은 철학, 사회학, 심리학, 역사학 등 여러 분과의 방법론을 통해 종교를 연구함으로서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경계가 그렇게 분명하게 그어지지는 않는다.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차차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여하튼 그래서 종교학을 연구하는 사람은 자신이 주되게 공부하는 종교 분과의 연구 생태 틀 안에서 자기 주제에 맞는 방법론을 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주로 연구한 종교는 그리스도교이고, 그 안에서 나는 여성의 경험을 매개로 하는 문학과 역사학의 방법론을 택했다. 

다소 복잡하지만 이러한 설명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만큼 여성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종교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예로 이번에는 종교와 문화 그리고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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