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을 찾아서》 / 김민석·마빈 지음 / 새물결플러스 펴냄 / 17,000원

이야기의 힘은 역시 강하다. 예수 시대 한 단면을 복원한 만화책이지만, 역사는 반복되는지라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곧 우리 상황이 오버랩된다. 죄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죽음과 울음, 부패한 권력의 패악질, 똑똑한 말로 둔갑했으나 실은 악의 체제를 더 공고히 하는 부역자들, 결코 오지 않을 듯한 정의와 평화의 나라, 하나님 나라.

이야기 중심인물은 바라바, 예수 대신 석방된 그 사형수다. 본명은 여호수아로, 그는 독립운동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민족 독립이 아닌 가족을 지키는 길을 선택한 갈릴리 감찰단 대장이다. 가족을 지키려 권력에 협력하는 그는, 딸의 의문의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서서히 눈을 뜬다.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딸을 잃게 된 길, 로마 권력자들과 그 부역자인 (자기 상사) 분봉왕 헤롯 안디바를 둘러싼 관료들의 불법비리와 농단사태를 목격한 그는 (지금으로 치면) 민족해방전선의 중심에서 (일부 문서에는 단순 민란·폭동 정도로 간단히 언급되는) 빌라도 암살 작전에 가담한다. 그리고 정치 살인범으로 감옥에 갇혀, 죄목도 불분명한 채 투옥중인 예수를 만난다.

예수는 제 죽음을 확신하며 그에게 ‘엉뚱한’ 말을 남긴다. “지켜보세요. 이제 곧 제가 할 일을…. 그리고 아버지 하나님께서 어떻게 모든 불의를 갚아주시고, 당신의 나라를 이뤄가시는지를.” 그대로 반역자로 처형된 예수를 바라바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예수 예언은 사실이 된다. 40년 쯤 뒤 성전은 무너지고, 부패 권력자는 비극으로 최후를 맞는다.

저자는 이야기 뼈대를 이루는 사건들(안디바가 왕으로 승인받기 위해 로마에 로비를 벌였고, 빌라도가 예루살렘 성전 금고 돈을 갈취해 수로 건설비용으로 유용했으며, 그에 항의하는 유대인 무리를 사복 군인들을 통해 학살한 사건)을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의 기록을 바탕으로 썼다. 책은 복음서를 기반한 픽션물이지만, 그 시절 수많은 ‘바라바’와 ‘예수’의 현실임이 분명하다. 이 이야기들은 마치 (아직도 이뤄나가야 할) 하나님 나라 과정 중에 있는 우리에게도 속삭이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어떻게 이뤄가시는지 지켜보라고.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