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묵상》 / 박영돈 지음 / IVP 펴냄 / 13,000원

“세월호라는 민족의 비극에서부터 시작된 국가 위기와 혼란 속에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꼈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분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나는 많은 사람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조금이나마 대변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고, 그래서 이 글에 공명한 이들이 많았다.”

이 책은 “교회 선생”(목사)이자 조직신학 교수인 저자가 외부 청탁이나 직업적 의무감에서 벗어나 스스로 쓰고 싶은 ‘내적 부담’에 따라 페이스북에 자유로이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19대 대선에 이르기까지, “특별히 아픈 시대를 함께 지나면서 동시대인들과 나눠 온 시대의 묵상이자 고백”이랄 수 있는 에세이들을 모았다. 물론 이 책에 시대적 고민과 성찰을 담은 사회적 에세이만 있는 건 아니다. 교회 선생으로서 자신을 성찰하고 직면하는 글이나 나이듦과 가족, 성장기에 관한 고백적인 글도 담았다.

저자의 페이스북은, 그나마 한 달에 두세 차례라도 페이스북을 드나들던 시기, 내가 꼭 들르던 방문지였다. 하여 여러 신간과 보도자료가 당도하던 즈음, 제목과 저자 이름을 보자마자 냉큼 이 책을 먼저 ‘찜’했고 한달음에 끝까지 읽어가면서 지난 3년 여에 걸친 한국 사회와 교회의 실상을 톺아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 신학자라 할 저자가 세월호 참사와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비분강개와 성찰을 담은 글을 부단히 써왔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교회와 목사인 자신에 대한 반성도 쉬는 법이 없다.) 심지어 그간 정치에 무심하여 투표한 적이 드물었다는, 그리하여 지난 대선에서 20년만에 투표했다는 그가 ‘사회 정의와 정치에 무책임’했던 점을 반성하는 대목은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저자가 “아픈 시대를 함께 걷는 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아픈 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언자적 필담을 이어가기를 응원하고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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