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요 -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 케리 이건 지음

▲ 살아요 -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 케리 이건 지음 / 이나경 옮김 / 부키 펴냄 / 13,800원

그저 훑어볼 요량으로 읽어나가다 책에 붙들려 계속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살아요》가 그랬다. 책에 담긴 이야기와 메시지에 붙들렸던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며 “영적 간호”를 책임지는 ‘호스피스 채플런(chaplain)’인 저자는 하버드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첫 아이 출산 수술 과정에서 투여한 진통제 부작용으로 환각과 망상, 정신분열 등을 겪었고 그 후로도 트라우마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런 그가 생의 끝자락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스스로 치유를 경험한다. “이야기는 영혼을 치유”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숱한 죽음을 지켜보아왔으면서 정작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을 경계한다. ‘죽다’라는 말은 ‘뛰다’ ‘먹다’ ‘웃다’와 별다를 바 없는 하나의 동사이며, 그저 아직 해보지 못한 일일 뿐이다. 죽음 앞에 섰다고 해서 특별히 현명하고 신비로우며 삶에 통달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살면서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다면, 죽을 때도 여전히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죽어간다고 해서 자동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숨을 거두기 직전 비밀이나 큰 지혜가 담긴 말을 속삭이는 할리우드 영화 같은 죽음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죽기 전 며칠 동안 의식이 없거나 너무 갑자기 죽어 버려서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하 ‘모리’)의 주인공 모리 교수는 죽음을 앞두고 지혜자가 된 게 아니라 이미 지혜롭게 살아온 인물이었던 거다. ‘생의 마지막에 남길 말을 미리 생각해두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반문한다. 

“왜 마지막 말을 생각해 놓으려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기 위해 미리 생각해 놓을 만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대체 왜 그 중요한 말을 지금 당장 하지 않는가?”

《모리》가 인생에 관한 철학이나 잠언 같다면, 이 책은 좀더 실제적이고 생생한 조언으로 읽힌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노력해야 한다.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된다. 기다린다고 해서 더 쉬워지지 않을 것이며, 남은 시간은 짧으니까.”

책을 덮으며 문득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다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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