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호 최은의 시네마 플러스] 〈스탠리의 도시락〉(2012)과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2016)

한심한 식탐 대마왕, 〈스탠리의 도시락〉
스탠리(파토르 A. 굽테)는 재주 많은 소년입니다. 얼굴에 멍이 들어 등교한 날 걱정하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스탠리는 시장에서 만난 건달들과 싸웠다며, 실감 나는 영웅담을 연기해서 한바탕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아이가 얼굴에 멍이 들어 등교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겠지요. 게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스탠리는 빵을 사 먹으러 간다며 슬쩍 사라집니다. 어느 날 스탠리는 수돗가에서 배회하고 있는 모습을 친구에게 들키고 마는데요. 친구들은 스탠리를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 먹자고 말합니다. 한데 의외의 복병, ‘식탐대마왕’ 베르마 선생(아몰 굽테)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고 학생이고, 맛있는 도시락을 노리는 베르마 선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어요.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부잣집 아만(누만 쉐이크)의 번쩍번쩍한 4단 스테인리스 도시락입니다. 스탠리가 도시락을 싸 오지 않는 것을 알게 된 베르마 선생은 마치 자신의 도시락을 빼앗기기라도 한 것처럼 성을 냅니다. 선생으로부터 스탠리를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은 매번 도시락 먹는 장소를 바꾸어 그를 속이는데요. 급기야 베르마 선생은 스탠리에게 도시락 없이는 학교에 오지 말라고 소리칩니다. 그날 이후 스탠리는 정말 학교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아이들 코 묻은 도시락을 뺏어 먹는 선생이 진짜 있을까 싶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단지 ‘도시락 전쟁’만이 아닙니다. 영화 초반의 애니메이션 영상이 암시하듯이, 이 영화는 일종의 우화입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은 베르마 선생에게 (알고 보니 가난한 홀아비였다든지 하다못해 당뇨 같은 병을 앓고 있다든지 하는) 흔한 사연 하나 부여하지 않았어요. 베르마 선생은 그저 아이들만도 못한 탐욕스러운 어른일 뿐입니다. 도시락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힘없는 아이들을 착취하는 거대한 힘이고 구조인 거지요.

〈스탠리의 도시락〉은 결국 스탠리가 그 힘에 맞서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순수하고 유쾌한 스탠리답게, 복수나 혈투가 아니었습니다. 스탠리는 다시 친구들 곁으로 돌아오기 위해 ‘악을 부끄럽게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뒤늦게 우리는 스탠리가 부모를 일찍 여의었고 삼촌이 경영하는 음식점에서 일하며 주방 한구석에 기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가르치는 소년들의 도시락을 다 자기 것으로 여겼던 베르마 선생과 삼촌 식당의 남는 음식이라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믿었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스탠리의 모습이 멋지게 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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