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의 〈춘몽〉(2016)과 〈두만강〉(2009)

장률 감독은 1962년 중국 연변 연길(延吉)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조선인 2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문화혁명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 가족이 시골로 쫓겨 가 살기도 했고, 한족 사회에서 조선족으로 자라며 ‘다름’을 이해하기 전에 몸으로 먼저 익혔습니다. 연변대학 중문과 교수로 재직했고, 소설가로 등단도 했으나 39세에 돌연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합니다. 현재는 한국에 정착해서 한국 영화를 찍으며 교수(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영화학)로 활동하고 있지요.
어디서나 이방인인 감독의 모습은, 그의 영화인 〈경주〉(2013)에서 중국인 아내와 결혼해 중국의 대학교수로 사는 주인공 최현(박해일)에게서 언뜻 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의 영화 인물들의 매력은 지식인연(然)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구요. 어딘가에 단단히 매여 있지만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듯한 인물들의 허허로움은 경계에 살고 있어 소속이 여러 개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어떤 것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자유로움의 다른 모습인가 합니다. 중국 국적인 그가 한국에서 만든 영화 〈춘몽〉(2016)은 그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박한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