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잠깐 독서]

   
▲ 《광장이 되는 시간》
윤여일 지음
포도밭 펴냄/ 15,000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막아내고자 천막을 치고 모인 사람들의 마을 ‘천막촌’의 기록이자 에세이. 사회학자이자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자인 저자는 ‘천막촌 사람들’이 되어 그곳의 목소리로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제주의 이야기를 전한다.

당신들의 규정을 거부한다는 것. 아직 없는 이름을 갖겠다는 것. 이것은 통치에 맞서는 정치다. 권력은 규정하는 힘을 갖는다. 혹은 규정하는 힘이 권력이다. 선을 긋고 서열을 세운다.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정한다.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나눈다. 각자에게 지위를 배분하고 그 배치를 유지하며 대중을 분리해서 다스린다. 분리해야 다스릴 수 있다. 랑시에르는 이러한 통치를 정치politics가 아닌 치안police이라 명명했다. (141쪽)
 

   
▲ 《기이하고도 거룩한 은혜》
홍종락·이문원 옮김
비아토르 펴냄/ 10,000원

책으로 처음 소개되는 강연 원고 한 편과, ‘고통과 기억의 위로’에 관한 글을 모은 ‘비크너 선집 시리즈’ 세 번째 책. 상처와 슬픔, 심각한 실수, 치명적 상실로 인해 고립됐을 누군가가 바깥으로 나오도록 돕는다. 자신의 고통에서 우러난 말을 하고 고통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일의 중요성, 고통이 보물이 되는 일의 비범한 중요성을 다룬다.

분명히 이 세상에서는 사람들에게 끔직한 일들이 벌어진다. 착한 사람이 젊은 나이에 죽고, 악한 자가 잘 되고, 어떤 도시, 어느 곳에서나 피를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한 슬픔이 있다. 그러나 생명이 솟아나는 숨겨진 샘 그 깊은 곳에서 치유의 힘, 새 생명을 불어넣는 힘이 우리 삶으로 흘러든다. 우리 삶이 가장 어두울 때도. 어쩌면 특별히 바로 그때 흘러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나는 모든 사람이 신비가라고 생각한다. (184쪽)

 

   
▲ 《하나님은 동성애를 반대하실까?》
샘 올베리 지음/ 홍병룡 옮김
아바서원 펴냄/ 8,000원

기독교인들이 동의할 만한, 동성애에 관한 견해를 정리한 중책자. 동성애에 관한 여러 질문들을 다루고 있다. ‘동성 간의 파트너십은 헌신적이고 신실한 관계이면 괜찮은가?’ ‘예수님은 동성애를 언급하신 적이 없는데 왜 문제가 되는가?’ ‘구약의 율법을 취사선택해서 적용하는 것은 아닌가?’ ‘동성 간 끌림을 느끼는 것은 죄인가?’ ‘크리스천들은 이 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인정할 수 없는가?’ ‘성에 대한 기독교의 견해는 위험하고 해롭지 않은가?’ ‘크리스천은 동성 결혼식에 참석해도 될까?’

우리는 동성애가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죄인 것처럼 주장하면 안 된다. 성경에 충실하려면 도둑질, 탐욕, 술 취함, 비방, 사기 등 서구 사회가 하찮게 여기는 많은 죄들, 불의함을 특징짓는 모든 죄들도 경계하도록 설파해야 한다. (45쪽)

 

   
▲ 《노동-시민 연대는 언제 작동하는가》
이승철 지음/박광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25,000원

한국에서 노동운동 진영과 시민사회의 연대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어떻게 1990년대 중후반에 복지국가 확대라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 낼 수 있었는지 등에 주목한다. 노동운동과 시민사회단체의 연계(배태성)를 한 축으로, 또한 노동운동과 정당의 동맹(응집성)을 다른 축으로 삼아, ‘배태된 응집성’과 ‘탈구된 응집성’이라는 개념을 분석에 도입했다.

한국의 사례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노동 정치와 복지국가의 발전 및 후퇴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1990년대에 브라질 및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운동과 더불어 가장 전투적인 노동운동으로 출현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987년부터 1997년까지 10여 년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연맹(민주노총)을 설립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40여 년간 지속되어 온 보수 정부의 붕괴에 기여하기도 했다. (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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