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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349호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범기자의 편집 노우트
[349호] 2019년 11월 20일 (수) 11:25:39 이범진 poemgene@goscon.co.kr
   
 

동물의 고통을 생각해 채식을 한다는 사람을 만나면,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 고통 추스르기도 힘든데 동물의 고통까지 어떻게 생각하나. 배부른 소리 하네. 차라리 그 에너지로 노숙인이나 난민을 좀 돕지.’ 갑자기 뜨거운 ‘휴머니스트’가 되곤 했다.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공장식으로 길러지는 동물의 처지도 문제지만, 축산업 관계자들을 망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느닷없이 이 나라 경제를 걱정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기 위한 나름의 핑계요 합리화였다.

모든 동물은 고통을 느낀다. 집안에서 키우는 동물이건 ‘공장’에서 식용으로 사육되는 동물이건. 과학 전문 통신원 버지니아 모렐이 6년 동안 11개 나라를 다니며 동물 인지 연구를 수집한 결과*는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렸을 때 통증을 느끼는가?’라는 질문! 물고기에게도 몸의 아픔을 감지하는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통각 수용기)가 있다. 연구팀은 말한다. “송어의 얼굴과 머리에 있는 통각 수용 세포들은 우리가 발견한 바로는 전부 스물두 개죠.” 

이 세포들은 입에 몰려 있다. 그러니 물고기는 낚싯바늘에 걸렸을 때 아프다. 그들도 고통에 대한 정신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을 가질 수 있다. 

‘동물 윤리 철학자’ 최훈 강원대 교수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sentience)이 있다는 점에서 인간과 동물은 ‘도덕적’으로 평등함을 강조한다. 고통을 받으면 누구나 괴롭기 때문이다.** 그는 이 명제를 토대 삼아 모든 고통받는 존재들을 도덕적으로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윤리적 주장을 한다. 그의 책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2012), 《동물을 위한 윤리학》(2015), 《동물 윤리 대논쟁》(2019)은 동물 윤리와 관련한 거의 모든 논쟁을 다룬다. 읽다 보면 인간에게 동물의 삶과 살을 착취할 합당한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고기는 포기할 수 없었다. 고기 냄새와 이미지에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동물의 고통보다는 내 만족이 더 중요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수많은 돼지들이 죽임당하고 있을 때는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마침 읽고 있던 소설***에서 살처분 현장에서 겨우 도망친 돼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잔혹한 사냥의식이 끝나고, 나는 다시 강을 건너 모래섬으로 갔다. 불에 탄 나무들과 숯덩이가 된 멧돼지들의 사체, 모래섬 주변의 강에 둥둥 떠다니는 동물 사체들이 보였다. 겹겹의 분노와 고통이 밀려들었고, 분노와 고통이 뒤엉켜 머리가 두 개인 독사가 나의 심장을 물어뜯는 것 같았다.”

지금 죽어가는 돼지들의 소리인 것만 같았다. 그들의 비명을 담아보자는 게 이번 커버스토리를 제안한 동기였다. 〈잡식가족의 딜레마〉에서 황윤 감독도 ‘동물들이 자신의 고통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말하는 듯했다’고 전한다. 분명 그들은 인간들에게 무언가를 간절하게 말하고 싶다. 이번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는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 

 

* 《동물을 깨닫는다》(2014)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원제는 ‘Animal Wise’이다. 책에 소개된 실험에 따르면, 쥐는 웃을 줄 알고, 코끼리는 애도를 한다. 개미는 죽을 날이 다가오면 업무분장을 새로 한다.

** 최훈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명제다. 그는 “외계인에 비해 인간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리고 남성에 비해 여성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백인에 비해 흑인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두 집단 사이에 지능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설령 지능의 차이가 있더라도 고통을 받으면 어느 집단이나 똑같이 괴롭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동물은 우리보다 지능이 낮지만 고통을 받으면 괴롭기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철학적 논의를 전개한다.

*** 모옌의 장편소설 《인생은 고달파》(원제:생사피로[生死疲勞]). 1950년부터 2001년까지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서면서 악덕지주로 처형당한 주인공이 나귀, 소, 돼지, 개, 원숭이를 거쳐 새로운 천년인 2001년에 다시 인간으로 환생, 동물이었을 때 겪은 일을 이야기한다.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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