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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절한 스포일러 주의!
[349호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정민호 기자의 스포일러
[349호] 2019년 11월 20일 (수) 11:23:32 정민호 bourned@naver.com
   
▲ 영화 〈The Game Changers〉의 포스터

이번 커버스토리를 보면서 혹여 평소 식생활과 동물을 위한 행동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으실 독자님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이런 (하나같이 가축과 동물을 우선 생각하는) 글들을 마주하는 게 얼마나 당혹스러우실지…. 저는 지금 12월호 커버스토리 제목을 배신하여 먼저 ‘독자를 생각’합니다. 바비큐, 제육볶음, 햄버거를 즐겨 먹던 제가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기에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처럼 육식을 계속 해야 할지, 아니라면 어느 정도까지 바꾸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라면 자신이 믿어온 얕은 지식과 오랜 관습을 깨고 새로운 세상을 엿보는 일에 용기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뿐 아니라 우리 독자들님도 자기 삶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성찰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복음과상황을 구독하는 것 아닐까요. 

고민의 시작은 인터뷰로 만난 황윤 감독의 다큐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였습니다. 육식과의 작별을 곧바로 이끌어내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돼지라는 생명을 숙고하게 만드는 이 작품은 뇌리에 여러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따뜻해 보이는 볏짚 위에서 농장주의 보살핌을 받으며 잘 자라나는 어미돼지와 아기 돼지들의 존재감은 어쩐지 사람 출연자보다 압도적으로 크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제작한 감독님은 인터뷰에서 ‘돼지를 캐스팅했다’고 표현했지요.) 농장에 들어가서 강아지와 놀 듯 돼지와 어울리는 어린이 출연자는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채식을 권유하는 감독에게 반발하는 가족들의 태도는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한 제 모습을 대변합니다. 

대부분의 장면이 먹기 위해 키워지는 돼지들을 다시 생각하게끔 이끌지만, 채식 권유나 설득이 전부는 아닙니다. 감독이 가진 고민의 진정성은 보는 사람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이고 공감 지대를 이루어냅니다. 황윤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관객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영화이며, 자신의 책 《사랑할까, 먹을까》는 그 딜레마를 풀기 위해 썼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경험하는 일들은 어쩌면 대다수 엇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육류 소비 습관과 돼지, 소, 닭 등 가축들이 고통받는 현실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게 됩니다. 고기를 먹을 때 내가 본 영화의 장면들과 이미지들의 잔상이 아른거리는 증세를 겪습니다. 나아가 자신이 먹는 고기, 아니 동물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이 듭니다…. 

마침내 이런 의문들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고기를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채식 식단이 몸에 좋다는데 그게 정말일까? 그럴 땐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The Game Changers〉를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영화는 육류 소비로 인한 동물의 고통이나 공장식 축산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채식의 장점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양한 운동선수들이 어떻게 100% 채식 식단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논증합니다. 

운동선수 세 명을 앉혀놓고 채식과 육식 식단을 비교하는 실험이 흥미로운데요. 육식과 채식 식단이 사람의 피와 혈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육식 후 혈장의 색깔이 탁해지는 이미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채식 권유로 다가왔습니다)와 남성의 발기 지속 시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고기와 남성성을 연결하는 마케팅을 반박하기 위한 실험이라지만 잊어버릴 수가 없는 장면입니다) 실험하는 부분이 압권입니다. 많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채식을 한다는데 그들이 먹는 채식 식단은 무엇일지 참 궁금해졌습니다. 고기 메뉴의 유혹이 없는 세상에서 먹음직스러운 채식 식단을 쉽게 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쯤 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이 헷갈려하실지도 모르겠군요. 결국 당신이 하는 이야기도 육식 문화와 육류 소비를 고민하게 했던 커버스토리와 다를 바가 없지 않으냐고….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저처럼 찝찝한 상태로 고민만 하는 독자들을 위해 제가 본 다큐멘터리를 친절하게 소개했을 뿐입니다. 앞서 소개한 영화와 다큐를 보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를 당하셨다면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 (제목에 써 놓긴 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여전히 ‘독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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