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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역학조사 참여하는 예방의학 전공의 박은혜 씨
[353호 커버스토리] “지속가능한 공중보건체계가 중요해 보입니다”
[353호] 2020년 03월 19일 (목) 10:44:10 박은혜 daaekim@goscon.co.kr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예방의학을 공부하는 박은혜 씨(전공의 2년차)는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관련 현장 역학조사 보조 업무를 담당해왔다. “환자 개개인보다 ‘환자집단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싶어서 예방의학 분야에 진학했다”는 그는 병원 안보다 병원 밖 세상, ‘사회 역학’에 관심이 많다. 인터뷰를 요청받고 나서 “의견을 낼 만한 자격이 있나 스스로 검열하게 되었지만, 청년 여성 연구자의 시선도 전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며 조심스레 응했다. 담당하는 지역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출동’해야 하는 대기 상황이었기에,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 (사진: 박은혜 제공)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예방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소개해주세요. 
예방의학이라는 분야는 크게 ‘역학’ ‘정책’ ‘환경’으로 세 갈래로 나뉩니다. ‘역학’은 특정 인구집단의 건강상태 및 그 집단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의 분포와 결정 요인, 원인 요인을 연구합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인구집단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용하지요. ‘정책’은 역학에서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개발·적용하는 분야이고요. 마지막으로 ‘환경’은 현재 직업환경의학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가습기 살균제 문제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 요인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합니다. 

치료자보다는 연구자에 더 가까운 느낌이네요. 말씀하신 예방의학 분야들 중 어느 쪽에 더 관심이 있나요? 
역학, 세부적으로는 사회 역학에 가장 관심이 큽니다. 사회 역학은 인구집단 내 개인의 특성보다 사회집단의 특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데요. 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이라 불리는 소득, 교육 수준, 주거/근로 환경 및 성별에 따른 사회 규범이 환자의 질병 발생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막연하게 느껴졌던 사회적 불평등이 축적되어 질병이라는 구체화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이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예방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이 20%밖에 되지 않았다는 자료를 보았습니다. 이른바 ‘기피 전공과’ 중 가장 낮은 수치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보시나요?
구체적인 수치로는, 2018년에 약 3천 명의 인턴 수료자 중에서 9명이 예방의학 전공의로 지원했고 2019년에는 6명이 지원했어요. 지원자가 적은 이유로, 첫째로는 예방의학 전문의는 의사를 꿈꾸고 의대에 진학한 친구들이 흔히 생각했던 의사의 일상과 가장 동떨어진 삶을 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유로는 예방의학 전문의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그 역할과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현재 역학조사 보조 업무를 맡고 계신데, 현장 업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역학조사에서 진행하는 업무는 크게 네 단계로 이뤄지는데요. 먼저 감염경로를 확인합니다. 다음으로 병원체에 노출된 사람(접촉자)을 식별 및 확인하지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접촉된 정도가 어떤 수준인지 평가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접촉자에게 예방을 위한 적절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지요. 본래 역학조사는 집단 감염 발생이 보고되면 원인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돼요.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이미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장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감염원을 찾기 위한 조사보다는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자가격리 및 방역 조치에 더 초점을 맞춰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학을 전공하는 전공의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점이 인상 깊게 다가오는지요? 
무엇보다 ‘건강 불평등’ 문제가 가장 크게 보여요. 앞서 언급했던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제각기 매우 다르게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개인의 고용 상황에 따라 누군가는 재택근무와 유급휴가를 보장받지만, 누군가는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되어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거죠. 더불어 이번 같은 재난 상황은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이 누구인지 드러내기도 합니다.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된 환자들의 경우처럼요.

   
▲ "동선 공개 이후 확진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확진자가 자신의 이동 경로를 최대한 숨기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해, 역학조사 및 감염관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거지요." (사진: 박은혜 제공)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정보감염증’(infodemic)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위조작뉴스, 가짜뉴스도 양산되고 있습니다. 정보에도 ‘감염병’을 붙인다는 게 흥미로운데요. 
의학·보건학·생물학을 공부하는 제게는, 가짜뉴스가 전파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세균·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양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느껴지는 면이 다분히 있어요. 가짜뉴스를 본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데, 그들이 다시 자기 주변 사람에게 가짜뉴스를 전파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짜뉴스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양상이 마치 신종감염병이 확산되는 과정처럼 보이는 거죠.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보감염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정보감염병 발생과 확산은 공중보건학적 측면에서 감염병 관리에 매우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관찰 대상이에요. 가짜뉴스는 늘 존재했지만 다른 때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유독 가짜뉴스의 생산, 전파, 파급력이 더 크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이고, 그로 인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및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확진자의 동선 공개 이후 그 개인이나 다녀간 장소를 두고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우려(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지나친 공포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데요. 
확진자의 동선을 아는 것은 역학조사 업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확진자의 동선을 잘 알아야 방문한 장소를 방역하고 접촉자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국민에게 모두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옳은가’ ‘방역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문이 들어요.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여 경각심을 고취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장소를 소독하고 그곳에 있었던 접촉자들에게 연락해서 예방조치를 하는 일입니다. 동선 공개 이후 확진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확진자가 자신의 이동 경로를 최대한 숨기게 만드는 동인으로 작용해, 역학조사 및 감염관리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는 거지요.

관련 분야 전공자이자 현재 현장 업무를 돕는 스태프로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일반 시민에게 제안하고 싶은 첫 번째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접하실 때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으시라는 겁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개별 전문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전달하는 내용은 관련된 전문가들 다수가 현재까지 알게 된 정보를 기반으로 도출한 결과거든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중간에 상황이 변화되어 도출 결과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선 각각의 상황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정보라 할 수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질병관리본부에서 제안하는 행동수칙을 잘 따르고 개인위생을 신경 쓰되, 주변에 행동수칙을 스스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웃이 있는지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외출 시 마스크를 쓰고 싶지만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잖아요. 유증상자로 자가격리하며 휴식해야 하지만 생계 때문에 쉴 수 없는 분들, 가족들과 거리를 두며 생활하는 게 불가능한 거주 환경에서 사시는 자가격리자들도 있죠. 이런 이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공공기관에 요청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난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하겠죠. 

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최근 어떤 보도에서는 집단 감염의 원인이 바이러스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기사를 보기도 했는데요. 국가 간 인적·물적 이동의 증가, 공장식 축산과 지구온난화, 항생제 내성, 공공의료자원과 전문 인력의 부족 등 여러 원인들이 결합된 결과라는 거지요.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얘기하신 내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원헬스’(one health)라는 용어가 있어요. 인간, 동물, 생태계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이라는 분야를 다룰 때 이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용어입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코로나19 사태가 오로지 중국과 신천지 때문이 아니라, 넓게 보면 더 싸고 편리하게 생활하고자 했던 인간 사회 때문일 수 있다는 여지를 줍니다. 더불어 신종감염병은 국가 간 경계를 손쉽게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협력과 대응이 더 중요해지는 거지요.   

감염병이 돌 때마다 언급되는 건 공공의료자원과 전문 인력의 부족입니다. 메르스 사태 때보다는 낫다지만, 여전히 공공병원과 역학조사관 등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메르스 사태는 ‘병원 내 감염’(Hospital Acquired Infection)으로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코로나19는 ‘지역사회 감염’(Community Acquired Infection)으로 지역사회 내 공중보건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체 의료기관의 90%가 민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개별 의료기관 단위의 감염병 예방과 치료는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신종감염병 상황에서는 중앙정부, 지역 행정기관, 민간 의료기관 각각의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한 가운데 지역사회 차원의 협력을 이루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관련 담당자들의 희생과 시민 사회의 협력으로 빈 부분들을 겨우 메워가는 것으로 보여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출된 이런 부분이 그냥 잊히는 것이 아니라 부디 제대로 보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음에 다가올 신종감염병을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지속가능한 공중보건체계가 잘 수립되어야 하는 거죠. 아울러 모두 각기 어려운 상황 속에 계시겠지만 혐오와 배제를 이끄는 주체가 되기보다, 사랑과 포용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성숙함이 우리 사회에 더 생겨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끝으로 예방의학 전공자로서 코로나 사태 같은 재난을 성찰하고 사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해주신다면요.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침묵의 봄》 《재난 불평등, 왜 재난은 가난한 이들에게만 가혹할까》 《재난, 그 이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침묵의 봄》은 앞서 언급했던 원헬스 측면에서 사람과 동물을 넘어 생태학적 시각까지 넓히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재난, 그 이후》는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한 개신교 재단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재구성한 책입니다. 읽다 보면 세월호 참사가 많이 떠오르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쉽게 잊히고 반복되는 부분에 대해 미리 고민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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