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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불안 바이러스’로 남을 것인가
[353호 미디어 솎아보기]
[353호] 2020년 03월 19일 (목) 11:13:29 김성원 goscon@goscon.co.kr

 

어느 공동체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고난과 시련을 마주하기 마련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이를 통과하면서 더욱 강해지는 반면, 빈약한 공동체는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쇠락의 길을 걷고 만다.

대구를 시작으로 갑자기 전국을 휩쓸어버린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일찍이 없었던 시련이었다. 전파 속도는 빨랐고,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다. 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데 이어 미국과 유럽 각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속속 선포하고 있다. 그야말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인 셈이다.

재난 속에서 언론의 역할은 분명하다. 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혼란을 막고 신속하게 재난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한국언론사에서 ‘기레기’란 말이 처음 등장했던 때다. 재난을 대하는 언론의 자세를 보고 국민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그래서 그해 만들어진 게 한국기자협회의 ‘재난보도준칙’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난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 △피해의 확산을 방지하고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다. 

정부 비판으로 도배한 〈조선〉 사설
〈조선일보〉는 2월 24일 무려 3개의 사설을 모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비판에 쏟았다. “‘대구 코로나’라니, 역병 진원지도 한국으로 하고 싶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정부가 중국에 문을 열어놓는 바람에 이 바이러스가 국내로 침투한 것”이라며 “그런데 이것이 어떻게 ‘대구 코로나’가 되나”라고 지적했다. 정부 보도자료의 ‘대구 코로나19 대응’ 제목을 비판한 것인데 이에 대해 정부는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며 곧바로 정정했다. 그런데 정작 〈조선〉은 지금까지도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고집하고 있다.

같은 날 〈조선〉의 다른 사설(“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은 “바이러스는 창궐지인 중국에서 들어왔고 누군가 ‘그림자 전파자’가 신천지 신도들을 감염시킨 것”이라며 “정부가 사태 초기 중국을 거친 외국인 유입을 막는다는 방역의 기본만 제대로 지켰다면 신천지 대구 교회가 감염되는 사태도 있을 리 없다. 이들도 결국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했다. 정보를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재난 확산의 장본인이 된 신천지를 오히려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덮어놓고 정부를 비판하려다 보니 스텝이 꼬여버린 모양새다. 

〈조선〉은 같은 날 다른 사설(“중국인은 한국 오는데, 한국민은 외국서 거부당하는 사태”)에서도 “정부가 중국발 바이러스를 초기에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중앙일보〉 역시 2월 24일 자 “대통령은 대구·경북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제목의 사설에서 “근본 책임은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지 않은 정부에 있다”며 “신천지의 폐쇄적인 문화도 짚어봐야 하지만, 본말전도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초기에 중국인 입국 제한을 하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는 것이지 신천지에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은 같은 날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BTS의 K팝 인기와 영화 ‘기생충’ 열풍 등으로 어렵게 쌓은 ‘매력 코리아’가 한순간에 한국인을 기피하는 ‘코리아 포비아’로 바뀌는 듯해 참담하다”며 “정부와 여당은 전염병 대응 실패에 대해 뼈아프게 반성하고 국민 앞에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 2월 27일 이후 적어도 사설에서만큼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정부 비판이 뜸해진다. 반면 〈조선〉의 사설은 하루 평균 두세 개씩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 지어 정부를 비판해 왔다.(89쪽 참조)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 정도가 아니라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다.

외신의 ‘한국 정부 칭찬’ 보도와 〈조선〉의 인용 
그런데 2월 말 코로나19가 유럽 등 해외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다룬 외신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2월 25일 대구발 기사에서 “한국의 조치는 1,100만 시민의 자택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동을 제한시킨 중국 우한과는 대조를 이룬다”며 “도시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면서 감염을 억제하는 전략이 효과를 거둔다면, 바이러스가 퍼지는 중에도 시민의 자유를 누리게 하는 민주사회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월 27일 자 미국 〈ABC 뉴스〉도 한국이 6만 6,652건을 테스트하는 동안 일본은 1,890건, 미국은 단지 445건에 그쳤다면서 “한국 정부가 새로 개발한 진단 키트를 통해 진단 과정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한국 정부가 감염병 준비를 많이 해왔다는 것이다.

독일의 대표적 주간지 〈슈피겔〉은 2월 29일 “한국 정부가 환자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투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 세계 의료진에게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5일 자 기사에서 “코로나19 진단과 관련해선 미국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NHK와 〈산케이신문〉 등 일본 매체들도 자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한국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코로나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칭찬 일색의 외신 기사 속에서 눈에 띄는 〈조선〉 기사도 있었다. “韓, 도시 봉쇄 없이도 대규모 진단·첨단 기술로 ‘코로나 저지’ 효과”라는 제목의 기사에 “한국의 성과는 대규모 진단 검사, 공공 소통방식 개선, 첨단 기술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는 3월 10일 자 SCMP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비록 외신을 인용한 것이긴 하지만 〈조선〉의 ‘정부 칭찬’ 기사에 네티즌들도 낯설었던 것일까. 무려 7,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조선이? 이유가 뭘까?”, “매국적 기사 99% 쏟아내다가 1% 호의적 기사로 물타기 전술” 등 하나같이 <조선>을 비판하는 댓글이었다. 차마 지면에 옮길 수 없는 표현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재난 속 언론의 역할 보여준 KBS의 특별생방송
재난의 상황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언론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매일 저녁 KBS1이 선보였던 특별생방송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이다. 전문가가 코로나19 현황과 대응에 대해 진단하고, 연예인이 웃음과 희망을 선사하는 구성이다. 개인적으로 울고 웃으며 이 프로를 봤는데 아마 필자 같은 이들이 적지 않았나 보다. 관련 게시판엔 숱한 응원 메시지들이 올라왔다. 

   
▲ KBS1의 특별생방송 ‘코로나19 함께 이겨냅시다’화면 갈무리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들로 인해 이 난관이 극복될 것입니다. 저는 하라는 것을 잘 지키겠습니다. 손 씻기, 기침 예절, 다른 사람 배려하기 등 말입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일선에서 애쓰시는 분들 볼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굳건하게 우뚝 서 있는 모습 상상해봅니다. 여러분 곁에 우리 모두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진, 공무원들을 향한 격려의 글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코로나19는 평소엔 시기와 비난의 대상이던 이들 직업군이 비로소 진정한 영웅으로, 공복(公僕)으로 데뷔하는 무대였다고도 할 수 있다.
간간이 대구 시민의 목소리도 보였다. 

“저는 대구 사는 민초입니다. 이렇게 고마운 시대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항상 대구가 먼저 국가를 위해서 일어서고 국체보상 및 금 모으기 첫 시작… 헌데, 지금 코로나로 도움을 받으니 고맙습니다. 모두가 빗장을 걸어 잠그는 시도가 있는데 감염자를 받아주시고 음식도 보내주시고 하시는 광주시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1절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대구 경증 확진자들을 광주에서 격리치료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광주공동체’ 특별담화문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공동체? 작은 시민단체 정도이겠거니 해서 찾아봤더니 광주광역시장, 시의회 의장, 교육감을 비롯해 대학 총장, 수십 명의 시민사회 단체장 이름이 망라돼 있다.

담화문은 “1980년 5월, 고립되었던 광주가 결코 외롭지 않았던 것은 광주와 뜻을 함께해준 수많은 연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라며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의 확진자들을 위해 광주가 병상을 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역시 광주!’라 할 만했다. 이 기사는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속출 뉴스에 파묻혔지만, 10년 넘게 이어온 ‘달빛동맹’(달구벌의 대구와 빛고을의 광주 간 다양한 분야의 연대를 일컫는 말)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한 개인에게 고난이 변장된 축복일 수 있듯이 국가의 재난도 마찬가지다. 다 같이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서로 돕고 마음을 합하다 보면 재난은 오히려 튼튼한 국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반면, 재난 속에서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은커녕 오히려 스스로를 향한 비난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한 언론 보도는 증명해주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독자들은 묻는다. 왜 언론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희망의 백신이 되고 있지 않은지, 왜 ‘불안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진원지가 되고 있는지를. 

 


김성원
CCC 간사, 〈국민일보〉 기자,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상임이사로 일했다. 지금은 평화통일연대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유코리아뉴스〉 편집장을 맡고 있다. 통일은 장밋빛 환상이 아닌 분단의 아픔과 죄악을 회개하고 고치는 데서부터, 나 자신과 일상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를 썼고, 《독일 통일, 자유와 화합의 기적》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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