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4호 비하인드 커버스토리]

   
 

지난 30여 년간 복상은 이단 사이비 문제를 어떤 논조로 다루었을까?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준비하던 중 문득 궁금해져서 과월호를 뒤져 보았다. 복상에 실린 글 중 제목에 ‘이단’ ‘사이비’가 포함된 글을 찾아보니 대략 네 편의 글이 나왔다. 

# 005호(1991년 5·6월) ‘열린글’ 
사이비 종교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 | 박철수 
“오대양, 세모사건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요 총체적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변사 사건이나 사기 사건의 차원을 넘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정신적 패닉(공황) 현상에서 비롯한 허무주의적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거짓과 한탕주의와 기복주의, 물질만능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가짜가 판을 치기에 가장 좋은 여건에 살고 있다. 무서운 병균은 항상 우리 몸에 살고 있다. 그러나 몸의 저항력이 약해질 때 병균은 힘차게 활동한다. 정치판에서부터 모든 부분에 이르기까지 사이비와 가짜들이 행세하고 있다. 진실과 진짜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 089호(1999년 6월) ‘독자투고’ 
PD 수첩과 이단성 시비 | 임성은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이단성 문제를 다룬 ‘PD수첩’은 그 파장만큼이나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 ‘지금 내가 다니는 교회는 PD수첩이 보도한 이단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반문을 해본다. … 교회 건축하면서 헌금을 강요한다는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교회나 목사가 몇이나 존재할까? … 담임목사의 신격화 부분에서도 동일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 ‘종교인들은 이성을 잃은 광신도’라는 사회적 평가 앞에 왕따를 각오하는 순교적 신앙을 강요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도 그 표적에서 비껴갈 수 없다는 위기감으로 그동안 제시했던 문제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125호(2002년 5월) ‘캠퍼스 리포트’
오래된 감자–캠퍼스 이단 문제 | 유은하
“곳곳에서 이단 단체들과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 이번 대전 DFC 사건을, 일반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당연하게도 그들은 교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무관심하다. ‘같은 개신교인들끼리 싸우는 것’쯤으로 생각한다. 즉 폭력 사태는 좋지 않은 것이지만, 딱히 기독인들 편을 들어줄 마음도 없는 캠퍼스의 전반적 여론이 읽힌다면 과장일까. 이는 억측이 아니다. 많은 대학에서 ‘기독인들끼리만’, 아니 ‘자기 동아리 사람들끼리만’ 잘 지내고, 동아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학내의 공통 관심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기독인들은 캠퍼스에서 미운털이 박힐 만치 박혔다.” 

# 250호(2011년 8월) ‘발행인 논단’
한국교회는 ‘이단’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까? | 김회권
“한국교회 주류 교단들이 이단과 한창 싸우고 있다. … 다른 신들을 섬기자고 부추기는 이단, 야훼를 이교도처럼 섬기고 예배하자고 유혹하는 이단, 파멸로 이끌 지침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포하는 이단도 치명적이지만, 구약이 가장 빈번히 단죄하는 이단적 행태(行態)는 불순종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이해하고 알면서도 불순종하는 태도다. 입술로는 야훼 하나님을 공경하나 마음으로는 먼 신앙생활이 가장 큰 이단이다(사 29:13). 밖에 있는 이단을 향하여 거룩한 전쟁을 벌여야 함과 동시에 우리 안에 암약하는 이단, 정통교회와 정통 신자들 삶 속에서 암약하는 이단들의 박멸과 제거에도 늘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복음과상황

네 편의 글은 모두 이단을 경계하는 동시에, 이단 번영의 숙주와 자양분으로 기능한 한국교회를 성찰한다. 이번 커버스토리 필자들도 하나같이, 이단 사이비의 모습은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깊이 감추었던 치부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진단 방법에 비유한다면, 우리 교회의 유전자를 수만 배로 증폭해 보면 결국 이단과 같은 바이러스 유전자가 발견(양성)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첫 번째 글(박철수)에서 언급된 ‘오대양 집단 자살 사건’은 1987년 오대양 공예품 공장에서 어린아이를 포함한 수십 명이 한꺼번에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오대양 대표이자 사이비 종교 교주였던 박순자 등 32명이 공장 천장에서 죽은 채 발견된 것이다. ‘집단 자살’로 규명,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4년 뒤인 1991년 7월에 오대양 전 직원 등 6명이 자신들의 범행이라며 ‘회개’를 위해 자수했다. 

같은 호(5호) 복상에 실린 정동섭 대전침례신학대학 교수 인터뷰도 이 사건을 다룬다. 정 교수는 1968년부터 1977년까지 구원파 유병언의 통역비서이자 추종자였으며, 구원파에 충실히 봉사했다. “유 사장은 나의 증언으로 인해 구원파의 내부가 드러나고 오대양과의 연결고리가 밝혀질 것을 두려워해서 서둘러 오대양 사건의 범인들을 자수시키는 각본을 진행시켰을 겁니다.”

당시 40대 중반이었던 그는 회심 후 구원파의 실체를 알리려 적극적으로 활동하다가 그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수감되기도 했다. 다행히 구속적부심이 통과되어 한 달 만에 불구속 석방된 그는 베일에 감춰진 구원파의 죄악성을 드러내는 데 더욱 열심을 냈다. 당시 정 교수는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자신의 증언이 필요한 곳이면 취재와 인터뷰 요청에 적극적으로 임해서 인간의 가증한 손바닥에 의해 가리워졌던 하나님의 영광을 다시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복음과상황


그는 70대가 된 지금도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있다. 구원파 측은 ‘오대양 사건과 세월호 침몰이 구원파와 관련 있다’는 허위사실을 정 교수가 퍼뜨리고 있다며 5천만 원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정 교수로서는 구원파로부터 당하는 열일곱 번째 소송이었다. 재판부는 ‘피고로서는 이를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고, 그 주요한 동기나 목적은 종교의 잘못된 점을 비판한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기각했다. 

30년 가까이 ‘하나님의 영광을 다시 찾는’ 질긴 싸움을 이어오고 있는 그가 더 궁금해졌다. 그의 근황을 검색하다가 한 화면에서 멈췄다.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사탄의 무리”라 칭해 물의를 일으켰던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진행하는 극우 유튜브 방송이었다. 게스트로 나선 정 교수는 구원파의 이단성을 세상에 알리며 이단을 연구하다 보니,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단은 북한의 주체사상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 유튜브 화면 갈무리


“광화문에 모여 반정부 시위를 하는 데 이것을 정치적이라며 비판하는 개신교 목사들이 많다. 잘 몰라서 그런다. 우리가 광화문에 모이는 것은 하나님께 순종하느냐, 주체사상을 따르느냐, 죽고 사는 문제가 지금 걸려 있는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 그 양반이 본색을 드러낸 게 간첩의 왕이라는 신영복을 가장 존경한다고 하고, 부인도 … 윤이상 묘소에 가서 동백꽃을 바치고…. 내외가 주체사상파다. 쉽게 말해서 공산주의자야. … 나는 4월 총선에 하나님이 간섭하셔서 정권이 바뀌리라 생각한다.”    

30년 전 그의 말대로, 인간의 가증한 손바닥에 의해 가려졌던 하나님의 영광이 진실로 다시 드러나기를…. 30년 복상이 들춘 역사가 씁쓸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같거나 다르거나.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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