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호 무브먼트 1]

 

피맺힌 절규와 울부짖음
뇌성마비를 앓는 아버지와 함께 어려운 형편에도 화목하게 살던 열일곱 살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성악의 재능을 발견하고 서울로 이사와 명문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지만, 다른 학생들로부터 집단 린치(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상대방에게 잔인한 폭력을 가하는 행위)와 학원폭력에 시달리게 된다. 학교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 소녀는 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소녀를 괴롭히던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함께 소녀의 집에 찾아가 소녀를 집단 강간하기에 이른다. 이후 소녀는 강간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아버지와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리며 지속적으로 성폭력과 가혹행위를 당했고, 끝내는 성매매까지 강요당한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소녀에게 ‘우리 어차피 미성년자라서 전학 한 번 갔다 오면 돼. 재단 이사장에 국회의원인 우리 부모가 너희 아빠를 가만둘 것 같으냐’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가해자들. 지옥 같은 삶을 견디다 못한 소녀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소녀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 아버지는 딸에게 벌어진 잔인한 사건의 전말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학교와 수사기관으로부터 외면당한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강한 세상을 마주하고서 처절하게 부르짖던 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복수하고야 만다. 염산을 뿌리고, 마네킹 다리의 철심으로 때려죽이고, 낚싯바늘을 입에 찔러 넣어 호수에 수장시킨 후 아버지 역시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청소년 성범죄, 학원 폭력, 장애인에 대한 차별, 소외된 약자들의 부르짖음, 사회적 안전망과 정의로운 처벌의 부재 등 사회 문제를 담아낸 영화 〈지렁이〉(2017년, 윤학렬 감독)의 내용이다. 영화 속 이야기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2014년 전주 대학병원 살인사건(성폭행 피해 신고 후 대학병원에 입원한 10대 여성을 가해자인 30대 남성이 찾아가 살해), 2017년 청주 학부모 교사 살인사건(고등학생 딸을 성추행한 남자 교사를 딸의 엄마가 찾아가 살해) 및 30여 건의 학교 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끔찍하고도 비통한 우리 사회의 민낯 그대로다. 

   
 

위 영화는 특히, 최근 ‘n번방’ ‘박사방’ 사건으로 대두된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 즉, 청소년 성범죄와 가해자 처벌의 사각지대, 불법 촬영물을 빌미로 협박하여 온갖 성 착취와 가혹행위를 일삼는 범죄 수법, 아동·청소년의 미성년자에 이르는 피해자의 범위, 가해자들의 죄책감 결여 등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실제 현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들의 성 착취 영상은 강한 전파성을 지닌 디지털·인터넷 공간을 매개로 유포되고 추가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어 사실상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다. 가해자들은 익명성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은닉하고 다수의 집단 속에 숨어 광범위한 조직적 공범으로 기능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만으로도 범죄 가담자는 26만 명(중복 포함)에 이르고, 유사 범죄를 포함하면 가해자의 규모는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이다. 더욱이 해당 범죄 수법과 내용이 잔인하고 엽기적일 뿐 아니라(나체 전신 촬영 및 성기 촬영은 물론이거니와 성기를 비롯한 신체에 칼로 ‘노예’ 표식 새기기, 성기를 비롯한 신체에 펜·벌레 등 이물질 넣기, 나체로 속옷을 머리에 쓰기, 나체로 물구나무서기 및 몸 흔들기, 눈을 뒤집고 파르르 떨기, 화장실 배수구 핥기, 변기 물 먹기, 대소변 보기, 나체로 잘못했다고 빌기 등의 행위를 지시하고 이를 피해자 스스로 촬영하도록 함), 영리취득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성노예로 삼고 이익을 대가로 해당 성착취 영상물을 공유하였다는 점 및 피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됨에 따라 사이버 공간을 넘어 실제 현실에서 성폭력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공분을 안겼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실태 및 문제점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의 끔찍한 현주소가 드러나자 시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였고 해당 사건의 주모자를 비롯한 범죄자 전원의 신상 공개 및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였다. 이후, 해당 사건뿐 아니라 유사 범죄 사례들이 밝혀지게 되면서 시민들을 더욱 격분케 한 것은 바로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2018년 8월경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사건’으로 성 착취물의 조직적 카르텔이 드러난 바 있음에도, 이미 하나의 생태계로 결집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현재까지 플랫폼을 옮겨가며 버젓이 자행되고 있으며 구조화된 산업으로 공고해졌다. 한국 사회 도처에 만연한 성인지 감수성 부족 및 여성에 대한 극단적인 성적 대상화에 더하여 관련 법률의 공백, 검찰의 미진한 수사와 법원의 미온적인 처벌 역시 이를 가능케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텔레그램에서 ‘갓갓’에게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켈리’(닉네임, 32세 신모 씨, 과거 성폭력 전과 존재)는 아청법위반(아동·청소년 음란물 배포 등) 혐의로 기소되어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이후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심을 진행 중이었는데, 1심에서 2년을 구형했던 검찰은 1심 판결 선고 후 달리 항소를 하지 않다가 비난 여론이 들끓자 추가 기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피고인 ‘켈리’는 항소를 취하함으로써 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지난해 10월 ‘웰컴투 비디오’에 대한 미국·영국 등 32개국의 국제공조 수사 결과, 운영자는 한국인 손모 씨(24세)로 밝혀졌고, 검거된 이용자 310명 중 한국인이 223명이었다. 운영자 손모 씨는 수감 후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영상을 상당수 유포하고 4억 원 가량의 불법수익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1심에서는 나이가 어리고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1년 6개월 형이 확정되어 복역 후 지난달 만기 출소하였고, 관련 가담자 223명에게는 대부분 15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 선고되었을 뿐이다. 

   
 
   
▲ YTN 뉴스 화면 갈무리

텔레그램 사건의 전신이라 일컫는 인터넷 사이트 ‘소라넷’은 2003년 회원제 커뮤니티 사이트로 바뀌어 2016년 폐쇄될 때까지 17년 동안 100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불법 촬영한 750개의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과 87,000여 개의 불법 음란물이 공유되었으나, 운영자 송모 씨(47세)만 2심 법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14억 1천만 원 추징 명령은 파기됨), 공동 운영자 3명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았으며, 100만 명의 회원 대다수는 처벌받지 않았다. 

또한, ‘소라넷’의 뒤를 이어 2013년 12월 개설된 사이트 ‘AV스눕(AVSNOOP)’은 2017년 4월 폐쇄될 때까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포함해 46만 개의 불법 촬영물이 사이트에 게시되었고 회원 수는 122만 명에 달하였으나, 그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48명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으며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도 있다. 2017년 5월 검거된 운영자 안모 씨(36세)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포함하여 23만 개의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였음에도 징역 1년 6개월 형이 확정되어 복역 후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이상과 같은 낮은 처벌기준 및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관대한 처벌 관행은 국민의 법감정에 반할 뿐 아니라, 실제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법정형과도 상당한 괴리가 있으며(법정형보다 현저히 낮은 형량의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음), ‘응보와 예방’이라는 형벌의 본질 내지 목적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행위자 중 처벌받지 않은 자들은 물론, 가벼운 처벌을 받은 자들 역시 범죄를 통해 얻는 쾌락 및 범죄수익 등과 비교하여 범죄에 따른 불이익(처벌)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재범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것인바, 특별예방(범인에게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다시금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개선·교화·재사회화 유도)의 효과는 전혀 거둘 수 없게 된다. 또한, 지금과 같이 처벌 규정은 존재하나 실질적으로 범죄자 처벌의 집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완화된 처벌이 반복되는 경우,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인에 대한 형벌의 경고 효과 내지 위하력(威嚇力, 범죄 예방을 위해 형벌로 위협하여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힘)이 사라져 범죄 예방 내지 방지라는 일반 예방의 목적 역시 달성할 수 없게 되고, 누구라도 언제든지 범죄자로 변모할 수 있는 높은 위험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형벌을 범죄자에게 가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응보(應報)의 본질적 측면에 반하여, 특히 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공적 처벌의 사각지대에서 사적 복수와 보복을 통해 직접 정의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결국 보복 범죄를 양산하는 문제점을 자아낸다.

성범죄 관련 개정 법령의 내용 
‘n번방’ 사건 등 유사 범죄의 재발 방지를 위해 현행법상 처벌 규정의 미비점과 공백을 보완하도록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 및 각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마련하였고 세 차례에 걸쳐 국회 의결로 관련 법률 내용이 신설 또는 개정되었다.(처벌 조항과 관련한 부분만 설시함.)

2020년 3월 24일에는 1)성폭법(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허위영상물 편집 및 반포 등의 죄(제14조의2)가 신설되었다. 2020년 4월 30일에는 2)형법상 미성년의제강간죄(간음한 경우 폭력·협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강간으로 의제, 제305조 제1항)의 대상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개정되고, 성범죄의 예비·음모죄(제305조의3)가 신설되었다. 3)성폭법상 각종 성범죄의 법정형이 상향 개정되고, 특수강도강간 등의 예비·음모죄(제15조의 2)가 신설되었으며,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에도 그 촬영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는 경우에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하였고(제14조 제1항~3항), 기존에는 아청법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죄만 규정하였으나 불법 성적 촬영물 등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제14조 4항)이 신설되었으며, 성적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또는 강요죄(제14조의3)가 신설되었다. 

   
 
   
▲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그리고 4)아청법(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 기존에는 13세 미만 및 신체·정신적 장애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강제추행’ 및 아동·청소년을 ‘살인·치사’한 경우에만 공소시효를 배제한 데 이어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간음, 추행’한 경우에도 공소시효를 배제하였으며(제20조 제3항 제1호), 장애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50% 가중처벌 규정(제13조 제3항)을 신설하였고, 신상공개 대상을 기존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에서 ‘성범죄’1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제49조 및 제50조). 끝으로 5)범죄수익은닉처벌법(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에 디지털성범죄의 경우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관련 범죄수익으로 추정하는 규정(제10조의 4)을 신설하였다. 2020. 5. 20.에는 ⑥아청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및 학대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그 용어를 변경하였고(제2조 제5호, 제12조, 제17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강제추행 등의 예비·음모죄(제7조의 2)가 신설되었으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에 관한 죄의 형량을 강화하였다(제11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위와 같은 법률의 개정으로 성범죄 처벌의 흠결이 상당 부분 보완된 것은 사실이나, 특히 성범죄의 경우 국민의 법감정에 비해 실정법상 법정형이 낮게 규정되어 있고, 판결 선고형의 기준이 되는 대법원 양형기준은 법정형에 비해 현저히 낮게 설정되어 있으며, 작량감경 내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각 성범죄 개별 규정의 상한 및 하한을 상향 조정하고, 죄질이 나쁜 경우 법정형에 사형 내지 무기징역형을 추가하거나 벌금형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추후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여 각 죄질에 따른 처벌 규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먼저, 현행법상 신체접촉이 있는 일반 성범죄의 경우와 비교할 때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를 포괄적으로 규율(성폭법 제14조)하고 있어, 범죄의 태양(폭행·협박, 위계·위력, 흉기사용, 합동, 특수강도강간 등)과 피해대상(친족, 장애인, 아동청소년, 13세 미만 미성년자), 중한결과(상해, 사망) 발생 여부, 상습범 여부 등 각기 그 죄질에 따라 가중처벌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불법 촬영물 배포의 경우 ‘영리목적 배포’와 ‘단순 배포’를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를 가중처벌하고 있으나, ‘영리목적 배포’의 경우 뇌물죄(특가법) 내지 사기, 횡령죄(특경법)와 같이 실제 취득한 범죄수익 액수에 따라 구간을 나누어 단계적인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고, 촬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습범의 경우에는 재차 가중처벌이 필요하다(예:1천~3천만 원, 3천~5천만 원, 5천~1억 원, 1억~2억 원, 2억~3억 원, 3억 원 이상 등).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앞서 소개한 〈지렁이〉 외에도 〈한공주〉, 〈도가니〉, 〈방황하는 칼날〉, 〈돈 크라이 마미〉, 〈공정사회〉, 〈나를 기억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등 수많은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끔찍한 성범죄의 실상을, 그 파괴성과 악마성을 일깨워준다. 그저 문자로 ‘성폭행’ ‘강간’ ‘성착취’ ‘성노예’ ‘성 착취물 협박’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것과 그 상황을 재현한 영상을 접하는 것은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화면을 사이에 둔 채 제3자의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해당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아주 미약하게나마 성범죄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의 피 끓는 고통과 절규에 함께 아파하며 탄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들이 겪었던 지옥 같은 순간과 평생의 괴로움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존 그리샴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타임 투 킬〉(A Time To Kill)에서 백인 남성 두 명에게 무참히 강간당해 죽은 한 흑인 소녀의 아버지는 범인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자 범인들에게 총을 난사하여 복수하고 법정에 서서 말한다. 

“그래요, 그놈들은 죽어 마땅했고 지옥 불에 영원히 불탔으면 좋겠다고요!” 

그렇다. 지옥을 겪고 지옥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위로는 가해자가 마땅한 처벌을 받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피해자들은 과거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벗어나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볼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응보라는 형벌의 본질이 훼손될 때, 공적 처벌로 사적 보복을 대신하겠다는 사회적 약속과 질서가 무너질 때, 그렇게 정의가 사라질 때, 피해자의 지옥은 또 다른 복수의 지옥을 낳고 그 생애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때로는 사람이 죽은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성립할 여지가 있지만, 특히 성범죄는 어떠한 이유와 해명도 가능하지 않은 범죄이다. 폭력과 협박 등 저항할 수 없는 수단을 이용해 상대를 도구화하여 자신의 성적 욕구와 쾌락을 만족시키려 하는 파렴치하고 극악한 범죄이다. 이 땅에 흘려진 수많은 무죄한 피가, 억울한 부르짖음이 땅에서부터 호소하고 있다. 갖가지 성범죄로 더러워진 땅이 스스로 우리를 토하여 내고 있다(창 4:10, 레 18:24-28). 부디 더 이상 폭력과 탐욕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정의로운 심판을 통해 피해자들의 눈물이 닦여지기를(계 21:4), 철저한 반성과 회개로 이 땅이 우리를 토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우는 자들과 함께 울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독인들이 되기를, 엄중하고도 확실한 처벌을 촉구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선한 이웃이 되기를 염원한다. 

 

각주)
1) 아동·청소년 성범죄란,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강간, 강제추행, 위력에 의한 추행, 통신매체 음란행위, 강제 신체 촬영 및 신체 촬영물 복제물 반포 등)에 아청법 제11조~제15조에서 규정한 범죄(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배포 등, 아동·청소년 성매매 내지 음란물 제작의 대상이 될 것을 알면서 매매, 아동·청소년 성매수, 아동·청소년 성매매 강요 등, 아동·청소년 성매매 알선 영업·강요 등)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아청법 제2조 제2호 및 제3호)

 

우미연
법률사무소 우리 대표변호사이며, 성복중앙교회 청년부 간사로 섬기고 있다.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