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호 새로 쓰는 나눔 윤리학]

“빵 좀 나눠주실 수 있나요?”라는 말을 맥락 없이 듣는다면, 화자가 빵 주인에게 호의를 부탁하는 것인지, 아니면 화자가 빵에 대한 일정한 권리를 주인과 공유하고 있어서 자기 몫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서양 언어에서는 공유하고, 분할하고, 주고, 쪼개는 것이 각각의 단어(share, divide, give, split)로 표현되어야만 하는 엄연히 다른 말이지만, 우리말에는 모두 ‘나누다’라는 한 단어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원적으로 ‘나눔’과 ‘나누기’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한 한국인들의 심성이 언어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