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호 그들이 사는 세상] 첫 월급으로 지인들에게 구독권 선물한 전해정 독자
지난 7월말 한 독자로부터 <복음과상황>(이하 ‘복상’) 구독권 선물에 관한 문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 후 보내준 엑셀 파일에는 무려 29명의 목록이 정리되어 있었다. 구독권 선물의 주인공 전해정 씨는 복상을 1년째 구독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이다. 얼마 전 취직을 했는데 첫 월급을 특별하게 주변에 흘려보내고 싶어서 이 같은 결심을 했다는 얘기에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그 자세한 뒷이야기 또한 나눠주기를 청했는데 흔쾌히 응답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올해 서른 살이 되었고,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갓 벗어난 사회초년생이다. 석사 학위를 마치느라 학교를 오래 다닌 편이다. 지난 8월에 졸업하고 국회에서 의원실 정책비서로 일을 하게 되었다.
정말 축하드린다. 그런데 첫 월급으로 지인들에게 복상 구독권을 선물하셨다. 보통 첫 월급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사용하지 않나.
고등학생 때부터 나중에 직업을 갖게 되면 첫 월급을 헌금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당연히 헌금을 교회에 내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20대를 거치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꼭 헌금을 교회에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 월급을 받을 때가 되어 고민하다가 그 생각이 복상으로 향했다.
굳이 ‘복상’을 떠올린 계기가 있었나.
마침 읽었던 게 8월호 ‘성경과 차별’이었다. 이 이슈는 교회 다니는 청년들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 반가운 주제였다. 내 주위 사람들도 한 번쯤 이걸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단체를 후원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다른 단체 후원도 했다. 물론 그중 복상이 가장 큰 비중이다. 애초에 염두에 둔 건 복상 구독 권유가 아니라 재정 후원이었는데 구독권 후원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매체로서 복상 입장에서도 재정 후원보다 구독자가 늘어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
구독권을 선물 받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인가.
어디에서 만난 사람들이라고 특정하기 어렵다. 살면서 다양한 경로로 알게 된 지인들인데 내 삶의 여러 중요한 순간에 함께해준 이들이다. 공통점이라면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란 것과, 사회문제와 크리스천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겠다. 구독권을 선물해주기 전에 그 사람이 잡지를 읽어볼 사람인지 알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혹시 복상을 알고 있는지, 그렇다면 복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모른다고 하면 복상의 온라인 기사를 보여줬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냥 일괄적으로 보내지 않고 세심하게 애를 썼는데, 지인들이 꼭 봤으면 하는 글이 있나.
‘성경과 차별’ 커버스토리처럼 보수적인 기성교회에서 보기 어려운,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주는 글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매달 다루는 주제가 다 마음에 든다. 이단·사이비 문제나 코로나를 재난으로 바라본 커버스토리도 좋았다.
기성교회에서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관점이 때로는 반발이나 갈등 요인이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교회에서는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사실 교회 소그룹에 참여한 지 좀 오래되었다. 마음은 교회 안에서 생각이 달라도 계속 대화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히고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기를 바라는데, 막상 해보려고 하면 어렵게만 느껴진다.
복상이 꼭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다면?
올해 개인적으로 고민했던 것들은 이미 커버스토리로 나왔다. 이단 문제와 차별금지법 관련 이슈가 그랬다. 그밖에 내 관심사는 한반도 남북관계다. 개인적으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데, 다가올 미래에 우리 세대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획이 나오면 좋겠다.
매달 잡지를 읽는 게 버겁지는 않은지.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기는 어렵다. 그래도 조금씩 읽으면 버겁지 않다. 특히 뒤에 책을 소개하는 코너는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자주 펼쳐본다.
혹시 복상에 관해 궁금한 게 있나?
기자님이 어떻게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독자가 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복상이라는 잡지와 그 역할이 마음에 들었다. 신앙의 관점으로 세상을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독자님이 복상을 구독하게 된 것처럼 나 역시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다. 일자리를 찾고 있을 때 채용공고를 발견했다.
정말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다.(웃음)
독자로서 복상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잡지에 실어주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통해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
끝으로 잡지를 받아보게 된 지인들에게 한 마디.
이걸 볼지 모르겠다.(웃음) 내 생각이 자라고 발전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친 글이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잘 누리길 바란다.
진행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