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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임의 정현주 독자
[353호 그들이 사는 세상] “10년 전 케냐에 새긴 첫 마음, 지켜가려고요”
[353호] 2020년 03월 19일 (목) 12:00:36 정현주 poemgene@goscon.co.kr

 

 

복상 독자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기세를 막고자 분투하는 이들의 삶을 엿보고 싶었다. 10년째 복상을 후원구독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정현주 독자에게 연락했다. 그는 10년 전 케냐의 들판에서 감염내과 의사를 목표로 정했고, 마침내 올 3월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감염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했다. 자신은 이제 막 ‘햇병아리’일 뿐이라며 인터뷰할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의사가 아닌 독자로서의 인터뷰를 청하자 흔쾌히 응해주었다.

 

   
▲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전임의 정현주 독자 ⓒ복음과상황 정민호

감염내과에 계신다고요. 한창 바쁠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염내과에 전임의로 출근한 지 일주일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햇병아리이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크게 기여하지는 못하지만 교수님들이나 병원 차원에서는 정말 바쁜 시기이죠. 다들 긴장하고 있고요.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의사로서가 아니라 독자로서 만나고 싶다는 말에 설득되어 나왔습니다. 10년째 복상을 구독하면서 도움을 받았는데, 참여할 기회가 왔을 때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염내과 ‘전임의’라는 건 뭔가요?
내과 전공의(레지던트 4년)를 마치고 현재는 ‘내과 전문의’인데요. 세부 전공으로 감염내과 수련을 받는 중이에요. 수련이 끝나면 ‘감염내과 전문의’가 되는 거죠. 흔히 대학병원에서 펠로우(fellow)나 임상강사로 불려요.  

‘후원구독’ 중이고, 가족에게도 한 권씩 보내주고 있는데요.
형이 목사예요. 자란 환경이 비슷하다 보니 고민의 결이 비슷해서, 형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보내고 있어요. 

어떤 고민 중이셨기에 복상이 도움이 되었나요? 
어쩌면 뻔한 스토리인데요. 개인 신앙이 곧 복음의 전부인 줄 알았다가, ‘아, 이게 아니구나’ 싶어 고민할 때 복상이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줬어요. 복상 주관 오프 모임 ‘와와클럽’에도 참여했었죠. 

고민 끝에 내린 여러 선택들이 궁금하네요. 
결정적 선택을 했던 때는 10년 전이에요. 수의장교로 군복무를 마치고 진로를 고민할 때였어요. 수의대(6년제)를 졸업하고, 군복무도 마쳤으니 이제 수의사로서 살아가는 일만 남아 있었죠. ‘이 길이 진정 맞나?’ 고민을 더 하고 싶었어요. 무작정 케냐로 떠났죠.     

   
▲ 정현주 독자는 "나는 감염내과 ‘햇병아리’일 뿐이라며 인터뷰할 자격이 없다"고 했지만, 의사가 아닌 독자로서의 인터뷰를 청하자 흔쾌히 응해주었다. ⓒ복음과상황 정민호

왜 하필 케냐였나요?
지금껏 살아온 터전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봐야 본질을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온실 밖에서 날것 그대로의 하나님을 느끼고 싶었고요. 그때 청년부 선배가 케냐에서 사역하는 한 선교사님 이야기를 전해주더라고요. 그 선교사님이 그곳에서 학교를 운영 중이었는데,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겸사겸사 간 거죠. 여행을 누리다가 필요한 때 잠깐씩 운행 봉사를 하면 되겠다 싶었죠. 

그곳에서 ‘온실 밖 하나님’을 만나셨나요?
돌발 상황이 있었던 게, 한국의 큰 교회에서 의료선교팀을 보냈는데 문제가 생겨 의료진이 한 명도 못 왔어요. 졸지에 제가 의료사역 현지에 섭외된 거예요. 수의학 전공이지만, 기본적인 건 비슷하더라고요. 선교팀과 오지 곳곳을 다니며, 현지 의료 인력과 연결을 해주며 바삐 다녔죠. 나중엔 그 선교팀원들이 저를 ‘선교사님’이라 부르는데 느낌이 묘하더라고요. 아무튼 그때 오지를 다니며, 처음으로 속절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봤어요. 한국에서는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인데, 아무런 사회 보호 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본 거죠. 목숨 값은 다 같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할까. 그때 케냐 들판에서 기도했어요. 수의사로 사는 것도 가치 있지만,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신다면 이렇게 소외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겠다고요. 막연했지만, 그때부터 감염내과를 품고 기도했어요.

10년 전부터 감염내과를 염두에 둔 이유는 뭔가요? 복상을 구독하기 시작한 때와 겹치네요.
한 사람을 넘어, 사회를 보는 시야 때문이었어요. 지구 어딘가에는, 우리 사회 변두리에는 한 알의 약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이 있어요. 그 불평등한 구조를 잊지 않고 싶었어요. 전염병의 경우도 사회구조와 관련이 많죠.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걸 우리가 보고 있잖아요. 환자를 직접 진료하면서도 그 환자가 살아가는 사회 구조를 다룰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감염내과란 생각이 들었어요. 

   
▲ "우리나라의 인구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사실 방역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거든요. 그럼에도 많은 국민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의료진 또한 각 지역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무거운 부담을 묵묵히 짊어지고 있고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지금 감염내과 전임의이니까 케냐 들판에서의 기도는 응답받으셨네요. 내과 레지던트 과정(4년)은 어땠나요?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련받았어요. 사실 감염내과 쪽 경험을 많이 쌓으려면 더 큰 병원에서 수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는데, 결정을 하려는 중에 여러 일들이 있었어요. 정말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나를 지키고 싶었어요. 학교 졸업 무렵, 예수병원 전공의 모집 설명회가 열렸는데 담당자의 “신앙과 의학 안에서 고민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말에 결정을 했죠.   

‘예수’병원이라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요. 
처음엔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어요. 무슨 자신감으로 병원 이름 앞에 ‘예수’를 붙였나 싶었거든요.(웃음)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식 명칭은 따로 있었는데 그 지역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대요. 그런데 실제로 4년 동안 있으면서, 예수병원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감사했어요. 사회 여느 조직들처럼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들도 분명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교회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누군가를 도와야 할 때, 수익을 따지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도와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분들이 많았어요. 실제로 그런 결정들이 많았고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감염내과가 자주 언급되는데, 평상시에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요? 
기본적으로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다른 과에서 협진 의뢰된 환자를 함께 보죠. 예를 들어, 신경외과에서 뇌수술을 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났을 때 이것이 감염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감염내과에 의뢰를 하게 됩니다. 요즘 같은 때엔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내과로 입원하니까 직접 환자를 치료하기도 해요. 병원 밖에선 전염병, 공중보건 분야와 연관이 깊죠. 수년 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때도, 현재처럼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에도 앞장서서 현장에 뛰어드는 쪽이 감염내과죠. 과 특성상 공적인 영역과 매우 밀접한 일을 해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과는 확실히 아닌 거네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죠.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전공이 병원 개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어쩌면 그래서 케냐 들판에서의 첫 마음을 아직까지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몰라요. 그때 어떤 조건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의사가 되고 싶다고만 기도했으니까요. 뭐 많이 번다고 나쁠 건 없죠.(웃음)

   
▲ "(복음과상황은) 사회 불평등과 같은 제 관심 주제뿐 아니라 난민, 인권, 환경, 평화 등 이전에는 잘 접하지 못했던 분야도 접할 수 있어서, 배운 것도 참 많았어요. 작년 가을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교단 총회 커버스토리도 다뤄져서 흥미로웠고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수의학을 배운 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감염내과에 최적화된 경력인 것 같다는 말도 들었는데, 졸업한 지 한참 되어서…. 다만 수의장교로 복무할 때, 부대 내에서 방역장교로 불렸죠. 군의관이 질병을 치료한다면, 방역장교는 질병 예방 임무를 맡아요. 부대 전체에 납품되는 식품을 매일 검사해서 식중독을 예방하고, 여름철엔 주변을 방역소독하고, 수질검사 및 역학조사도 하고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돌아보면 지금의 전공 분야와도 관련된 경험이었던 거죠.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요. 
이제 감염내과에 첫발을 내디딘 터라 저 역시 조심스럽네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전파력은 수년 전 메르스 때보다도 훨씬 강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의 억제가 이뤄져 전국적인 대유행을 막고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인구 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사실 방역에 매우 불리한 환경이거든요. 그럼에도 많은 국민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의료진 또한 각 지역 의료기관에서 자신이 마지막 보루라는 생각으로 무거운 부담을 묵묵히 짊어지고 있고요. 정부에서도 지난 메르스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 및 확진자 관리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이런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쉽게 이길 것 같지는 않지만 쉽게 지지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전임의 수련 코스를 마친 뒤 계획은 무엇인가요?
그게 빈 페이지라는 게 고민이라면 고민이네요. 10년 전 세웠던 1차 계획이 올해로 딱 매듭지어지거든요. 내년에는 뭘 할지, 이제 일선으로 나가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확실한 건, 생명과 건강에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의사로서 살아가고픈 것인데요. 덤덤하게 걷고 있으면, 함께할 동역자나 배우자도 만날 수 있겠죠?  

   
▲ "오지를 다니며, 처음으로 속절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봤어요. 한국에서는 약만 먹으면 낫는 병인데, 아무런 사회 보호 없이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현실을 본 거죠. 목숨 값은 다 같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할까. 그때 케냐 들판에서 기도했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드라마에서 보면 의사들은 항상 바쁘던데, 복상을 읽는 게 버겁지는 않았나요?
한 달 동안 읽는 거잖아요. 버겁지 않았어요. 흥미로운 주제가 많아서 거의 빠짐없이 다 읽은 거 같아요. 사회 불평등과 같은 제 관심 주제뿐 아니라 난민, 인권, 환경, 평화 등 이전에는 잘 접하지 못했던 분야도 접할 수 있어서, 배운 것도 참 많았어요. 작년 가을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교단 총회 커버스토리도 다뤄져서 흥미로웠고요.    

복상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주로 모바일로 읽고 있는데, 유료기사는 ‘PC버전’으로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 좀 불편할 때가 있어요. 브라우저에 따라서는 모바일 버전으로 자동 전환될 때도 있는데, 유료기사를 읽으려면 다시 PC버전으로 들어가 거듭 로그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거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케냐 들판 사진을 기사에 넣어야 할 것 같아요. 한 장 보내주실 수 있나요?
많이 찍어놨는데 한 장도 없어요. 그다음 날 강도를 만나 카메라를 빼앗겼거든요. 다시 그곳에 가서 찍을 날이 오겠죠? 

 

 

진행 이범진 기자 poemgene@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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