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커버스토리]
전도서는 구약에서 인간의 내면과 행위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대표적인 책이다. 첫째, 코헬렛(편집자가 인용하는 화자)의 언술 구도는 철저히 회의적이며 드러나는 모든 주제도 그러한 경향을 띤다. 잠언 속 격언들의 모음집이나 욥기의 다이얼로그와도 다른, 1인칭 독백형식이 강하게 드러나는 회의주의는 기존 질서에 대한 거부로 들린다. 둘째, 코헬렛은 모든 인간 행위들이 신적 의지에 종속되어 있으며, 인간 의지로 이루어지는 사건은 어떤 것도 없다고 말한다(전 3:11, 14-15). 언뜻 보면 코헬렛이 인간 역사가 종말적 시계 속에서 정해진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는 묵시적 세계관에 동조하는 듯하지만, 인간이 미래를 결코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 속에 남겨져 있음을 인식한다는 점(8:1b-12:8)에서 묵시적 비전을 부정하는 듯하다. 코헬렛은 이 두 가지 의미를 통해 가장 어두운 인간관을 드러낸다. 신적 통제 속에서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완벽한 무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인간에 대한 코헬렛의 인식은 삶을 회색으로 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