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잠깐 독서]

어두운 오늘 기쁨을 선택한다는 것

생의 기쁨 / 박정은 지음 / 옐로브릭 펴냄 / 15,000원
생의 기쁨 / 박정은 지음 / 옐로브릭 펴냄 / 15,000원

《내가 사랑한 계절들》을 쓴 영성학자 박정은 수녀의 신간 에세이집. 많은 것들이 불확실한 오늘날 기쁨을 찾는 일이 너무도 어렵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어둠과 아픔을 이해하고 기쁨을 선택하는 용기와 영성이 필요하다고 이른다. 신학자들의 저서와 문학, 예술, 그리고 일상에서의 발견을 통해 기쁨의 단서들을 풀어놓는다.

이렇듯 슬픔이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무거운 손님이라면, 기쁨은 우리를 살짝살짝 건드리고 달아나 버리는 바람과 같습니다. 혹은 시냇가에서 물방울을 튕겨 옷을 적시고 도망가는 장난스러운 친구라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렇게 보내 버리기에는, 기쁨은 우리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주는 너무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관계들, 함께 나누었던 마음, 근원적이고 무조건적인 애정을 고스란히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르고 때로 행복이라 부르며 또 누군가는 신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220-221쪽)

교회 안 #미투, 변화를 위한 지침서 

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 루스 에버하트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18,000원<br>
우리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 루스 에버하트 지음 / 양혜원 옮김 / IVP 펴냄 / 18,000원

저자는 미국 장로교단 목사로, 과거 두 차례 성폭력을 경험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성폭력 문제에 침묵과 은폐로 일관하는 교회에 용감히 맞선다. 자신을 포함한 피해자들 이야기를 성경 이야기와 엮어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을 돕고, 정의와 치유의 길을 제시한다.

이러한 역학 관계를 잘 설명해 주는 개념 하나가 방어적 남성성이다. 볼링어와 엘리스 모두 젊은 여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권력의 자리에 있었고, 여성들을 착취했다. 그러나 그 행위에 항의하면 그들은 마치 자신이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인 양 행동했다. … 두 종류의 방어적 성격 모두 가해자 자신이 충격받은 듯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정의를 위한 노력을 회피한다. 정의를 시행하려면 먼저 자기를 살피는 데서 시작해 불의한 제도에 맞서는 데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 첫 단계를 회피하는 것이다. 이 두 용어는 그러한 도덕적 게으름을 규명하고 설명하는 용어다. (86-87쪽)

일급 교회사 연구자의 빌리 그래함 평전

빌리 그래함 - 한 영혼을 위한 발걸음 / 그랜트 왜커 지음 / 서동준 옮김 / 선한청지기 펴냄 / 25,000원<br>
빌리 그래함 - 한 영혼을 위한 발걸음 / 그랜트 왜커 지음 / 서동준 옮김 / 선한청지기 펴냄 / 25,000원

빌리 그래함 연구로 명성이 높은 미국 교회사 학자 그랜트 왜커가 쓴 빌리 그래함 평전. 20세기 복음주의의 대부로 평가받는 ‘미국의 목사’ 빌리 그래함은 세계 기독교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복음전도자이다. 명암이 존재하는 그의 삶과 함께 당시 교회와 미국 정치· 사회의 정황을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근본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성경의 가르침을 명백하게 거스르기로 결정한 이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그래함이 은연중에 그 오류들을 용납한다는 것을 뜻했다. … 한편, 개신교라는 거대한 강에서 신학적으로 좌측에 위치해 있던 주류 교단 개신교인들도 그래함을 향해 비난을 쏟아 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유의해야만 한다. 그것은 개신교 주류 교단에 속한 많은 이들이 그래함을 전심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 일부 주류 교단 개신교인들이 스스로의 신학적 원칙들을 제쳐 두고 복음전도를 위해 그래함과 협력했다는 사실이다. (247-249쪽)

소크라테스로부터 이어진 ‘생각의 기술’

소크라테스 스타일 / 김용규 지음 / 김영사 펴냄 / 22,000원<br>
소크라테스 스타일 / 김용규 지음 / 김영사 펴냄 / 22,000원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생각의 기술’의 본질을 ‘빼기’로 규정하는 저자는 이것이 지난 2,400년 동안 인류사에서 일으킨 효과를 촘촘히 소개한다. 디오게네스의 ‘냉소’, 키르케고르의 ‘실존’, 소로의 ‘불복종’, 바디우·지젝의 ‘빼기’, 스티브 잡스의 ‘심플’ 등 서양 문화에서 소크라테스의 사유와 삶의 방식이 남긴 흔적들을 살핀다. 철학과 신학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의 서양사유사 시리즈물 가운데 ‘이성의 시대’ 연작 첫 번째 책이다.

만약 아브라함이 그때 세상에서 경탄의 대상이 되는 길을 택했다면, 그래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면, 그것은 분명 하나의 자기 우상화였고, 그것은 분명 하나의 우상숭배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 자신의 나약함에 절망하여 신을 믿는 보통 사람들이 걸어야 할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윤리적 단계에서의 실존’을 감행하지 않고, ‘종교적 단계에서의 실존’을 시도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가 더 이상은 버릴 게 없는 자기에서 ‘무엇을’ 다시 한번 버렸는가를 알 수 있다.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자기에서 ‘어떻게’ 다시 한번 자기를 뺐는가를 알 수 있다. (371-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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