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호 에디터가 고른 책]
“두들링을 위해서는 종이, 색마카, 색연필, 색펜 등이 필요하다.” “두들링을 하고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 충분한 기도가 될 때도 있다.”
책 제목에 들어간 ‘두들링’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다. 두들링이란 ‘낙서, 맥없는 연주’라는 뜻으로, 아무 형태 없이 자유롭게 끄적이는 미술 기법을 말한다. 20년 넘게 두들링 기도를 해온 저자는 기도가 어려운 이들이라도, 종이에 쓰고 그리면서 하면 하나님께 집중하며 기도할 수 있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은 이렇다. 하나님이나 기도해주고 싶은 이 또는 나의 이름을 적는다. 이름 주위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리고 색칠한다. 생각나는 문제와 질문, 단어도 자유롭게 적으면서 확장해나간다. 종이에 그려진 이미지와 내용을 보면서 기도하거나, 몇 분간 침묵하면서 하나님께 집중한다.
기도에 관한 새로운 개념이나 대단한 비법을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다만, 누구나 쉽게 기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두들링의 구체적인 방법과 다양한 예시를 알차게 담아 보여준다.
“하나님의 이름을 쓰고 시작한다. 그 이름 가까이에 펜을 대고 펜이 이끄는 대로 산책을 떠난다. 그 산책길은 소용돌이 모양일 수도, 지그재그 모양일 수도 있다. 걷는 동안 하나님의 이름에 집중한다. 펜이 인도하는 대로 산책하라. 그 길에서 예술적인 비평에 맞닥뜨려도 무시하자.”
예술적인 미술 작업이 아닌 낙서에 더 가까운 이 기도 방식은 기도할 때 마주하는 막막함을 풀어줄 뿐 아니라 여러 효과를 불러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자가 사용하는 표현이 다양해질 수 있으며, 기억할 수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가 종이로 남는다.(책에서는 시각적인 기도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르면 다시금 기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들링 기도를 위해 고요하고 정적인 시간을 따로 내야 한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는 효과이다.
“색칠 기도라는 발상의 일부분은, 당신이 바라는 바를 말하고 그 사람을 하나님의 돌보심에 내어 드리는 시간을 갖는 데 있다.”
나는 이 책이 제안하는 기도를 따라해보면서, 그림도 메모도 아닌 낙서를 하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하고 싶은 대로 쓰고 그리며 나누는 자유로운 대화를 하나님과도 누릴 수 있을까.
“단순하게 흑백으로 그린 기도, 아름답게 표현해 내지 못한 기도, 어울리지 않는 색조합의 기도, 그림 솜씨가 형편없는 기도라도 풍성한 기도 시간을 만들어낸다. 자신에게 기도와 유희를 허락하라. 하나님이 거기 계실 것이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