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호 에디터가 고른 책]

성경 읽기는 예술이다 /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 엮음 / 박규태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28,000원
성경 읽기는 예술이다 / 리처드 헤이스·엘렌 데이비스 엮음 / 박규태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28,000원

얼마 전 예배 중 성경을 묵상하고 나누는 자리에서 내가 매번 다른 본문을 읽더라도 비슷한 얘기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내가 읽고 느낀 점이 일정 부분 비슷한 결론으로 흐르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빈약한 성경 읽기 방법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읽어야 성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와 같은 고민에 답하고자 모인 학자와 목회자 15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들은 4년(1998-2002년)에 걸쳐 ‘성경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정기적으로 모여 성경 읽기의 방법을 탐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들은 성경 읽기에 관한 하나의 의견을 도출한다.

“성경 읽기가 하나의 예술―만물로부터 초연한 객관성이라는 계몽주의의 이상과 반대로 참여와 상상이 필요한 창조적 분야라는 점에서―이라고 점점 굳게 확신하게 되었다. 실제로 우리가 성경 읽는 것을 보면 마치 예술가 같다(아니 예술가 같아야 한다).”

성경 읽기와 예술이 유사하다는 인식에는 몇 가지 근거가 존재한다. 하나는 모든 예술이 그렇듯 성경 읽기를 잘 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성경 읽기에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으로, 어렵지만 텍스트에 반응하는 정도에 따라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성경에 잘 반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성경 읽기가 일종의 예술이라는 이해에 따라 성경 읽기를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예술을 배울 때 이미 장인이 된 이들의 도제가 되어 그들에게 예술하는 법을 배우듯,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성경을 잘 읽는 법은 우리보다 앞서 신실함을 온몸으로 살아내면서 성경 읽기를 실천했던 이들의 발아래 앉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성경 해석사에 몰두하면서 특히 성도들이 살아가는 삶의 특징을 규정했던 읽기 패턴과 관습에 주목했다.”

책은 전체적으로 이론에 근거한 여러 해석 방법의 틀(1부)을 소개하고 실제 교회가 과거와 현재에 어떻게 성경을 읽어왔는지(2부) 살펴본다. 그리고 본문에 관한 실제 주해(3부)와 설교(4부)로 이어진다. 5백 쪽이 넘는 책의 두께는 다소 벅차게 느껴지지만, 성경 읽기의 대안을 찾는 데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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