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호 잠깐 독서]

식민지 조선 혁명가들의 ‘불온한 책 읽기’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 강성호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18,000원<br>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 강성호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18,000원

식민지 조선에서 치열한 독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혁명가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신채호·김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과 나혜석·정칠성 등 페미니즘에 눈뜬 신여성들의 독서 여정, 청년 독서가들의 비밀독서회 활동을 통해 당대의 지성사와 문화사를 파악할 수 있다. 조선인을 향한 일상적 억압이 끊이지 않았던 일제강점기를 뒤흔든 ‘혁명과 독서’에 대한 기록으로, ‘불온한 책 읽기’가 갖는 변혁의 힘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1920년대는 독서회뿐만 아니라 웅변대회, 강연회, 야학, 소인극 무대, 동화회 등 수많은 모임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매우 다양해진 시기였다. 그 가운데 근대적 문자문화의 확산과 함께 만들어진 비밀독서회는 혼자서 읽기 어려운 책을 함께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회독을 통해 난해한 책을 함께 읽어내고 있다는 기쁨은 독서를 촉진했고 동맹휴학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단순한 독서 토론 동아리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인 결사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요컨대 비밀독서회의 저력은 질문의 힘을 키우고, 대등성을 구현하고, 비밀결사로서 행동을 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240쪽)

신앙인 루이스를 만날 수 있는 편지 모음집

메리에게 루이스가 / C. S. 루이스 지음 / 이종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9,800원
메리에게 루이스가 / C. S. 루이스 지음 / 이종태 옮김 / 비아토르 펴냄 / 9,800원

기독교 변증가이자 영문학자인 C. S. 루이스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국의 한 여성 ‘메리’에게 보낸 편지 130여 통을 묶은 편지 모음집이다. 루이스는 유명세를 타던 1950년부터 사망하는 1963년에 이르기까지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결혼과 사별, 케임브리지 대학 주임교수 선임, 잇따른 건강 악화 등 루이스가 삶에서 겪은 큰 사건이 배경으로 깔린다. 1940년대 이후 유명해진 루이스가 많은 편지에 답장을 쓰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비롯해, 소소한 일상을 보낼 때의 신앙적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우리는 누구나 다 기도생활 중에 메마른 시기를 만나지 않나요? 그런데 저는 (부인의 영적 지도자에게 한번 물어 보세요) 그것을 꼭 나쁜 증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때로 우리가 느끼기에 최고의 기도였던 것이 어쩌면 우리가 드린 최악의 기도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시 말해, 어쩌면 그저 춤 공연을 잘 해냈거나 시를 잘 암송했을 때 느끼는 그런 성취감에 도취된 것일 수 있으니까요. 종종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이 뭔가를 말씀하고 싶어 하시는데 자꾸 우리 말만 하고 싶어 해서 빗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120쪽)

‘폭력적 악의 구조’를 넘어서는 길

돌 쥔 주먹을 풀게 하는 힘 / 한완상 지음 / 동연 펴냄 / 16,000원<br>
돌 쥔 주먹을 풀게 하는 힘 / 한완상 지음 / 동연 펴냄 / 16,000원

‘선제적 사랑’을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힘써온 민중사회학자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새길교회에서 전한 설교 등 신앙 에세이 19편을 묶은 것이다. 시대 증언집 《예수, 숯불에 생선을 굽다》(동연)와 함께 출간되었다. ‘발악(發惡)을 이기는 발선(發善)의 힘’ ‘나를 넘어설 용기: 자기 비움의 힘’ ‘예수운동, 장벽 허물기 그리고 복음’ ‘진짜 멋진 새 질서를 향한 창조적 파괴’,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세계 도처에 자리하고 있는 “폭력적 악의 구조”를 뛰어넘어 “살신성인하려는 실천”을 촉구하는 글들로 가득하다.

헬코리아가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요 헬한반도가 엄연한 우리 민족의 비극이기에 돌과 총, 미사일과 핵무기를 틀어쥐고 있는 사람들의 주먹을 풀어내는 일은 참으로 절박합니다. 이 주먹을 풀어 평화를 만드는 일은 결단코 증오와 격돌, 보복과 살생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발악은 발악을 낳아 모두 죽음에 이르게 할 뿐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발선으로 무기를 쥔 주먹을 풀게 해야 합니다. 이 일에 부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예수따르미가 아니겠습니까! 바로 우리가 부활 예수의 능력에 힘입어 발선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66쪽)

개혁파 신학자의 눈으로 본 세속 정신들

왜곡된 진리 / 리처드 마우 지음 / 박일귀 옮김 / CUP 펴냄 / 14,000원<br>
왜곡된 진리 / 리처드 마우 지음 / 박일귀 옮김 / CUP 펴냄 / 14,000원

저자는 개혁파 신학자이자 철학자 관점에서 오늘날 곳곳에 뿌리내린 사상들인 ‘인본주의’ ‘일원론’ ‘오컬티즘’ ‘허무주의’ ‘상대주의’ 등을 다룬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복음의 진리를 고수하면서 변증을 통해 ‘주의(ism)’들을 비판하지만, 오만하거나 독선적인 태도가 아니라 건설적인 논의를 추구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모호하고 복잡다단한 세상 속에서 각종 ‘주의’들이 주목받게 된 배경을 살피면서 겸손하고 사려 깊은 보수 신앙의 모본을 보여준다. 1999년 출간된 책을 새로 번역한 개정판이다.

하나님께 ‘진실함’은 매우 소중한 가치다. 그러므로 누군가를 비판할 때 거짓말을 한다면 하나님을 제대로 섬기지 않는 것이다. 우리 역시 진실하고 공정한 태도로 오늘날의 비기독교적인 ‘주의’들을 대해야 한다. 불신앙에 대한 값싼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영적 전쟁을 치르면서 정직과 공정까지 희생할 수는 없다.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세속 정신에 내맡기도록 하는 실제적인 불안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다른 신앙 체계를 평가할 때도 자기비판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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