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호 에디터가 고른 책]

슬픔을 쓰는 일 / 정신실 지음 / IVP 펴냄 / 13,000원
슬픔을 쓰는 일 / 정신실 지음 / IVP 펴냄 / 13,000원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보내면서 쓴 애도 일기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쓴 것’이 아니라 ‘쓰인 글’이라고 표현했다. 엄마의 장례 후 숨통을 틔우고 다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쓸 수밖에 없었던 글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낸 후 마지막 글쓰기를 할 때에야 비로소 ‘쓰인 글’이 아니라 ‘쓴 글’이 되었단다. 자기 의지로 애도 일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그만큼 이 시간을 통과하며 저자의 내면 상태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책을 읽으며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저자에게 엄마를 떠나보내는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아픔을 주었는지 풀어내는 책 내용은 그가 지나온 경험들과 그를 둘러싼 관계들을 하나하나 짚어내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애도하지 못한 과거는 반드시 오늘의 고통으로 돌아온다”면서 “모든 상실은 애도해야 떠나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는 충분한 애도가 필요하다. 저자가 책에서 과거를 복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오랜 시간 자신을 지탱하던 관계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통과하는 작업이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저자가 그 당혹감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인 덕에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자신이 겪은 상실을 떠올리며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다소 개인적일 수 있는 저자의 성찰들은 내가 겪었던 고통과 아픔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이 책은 그렇게 아파하고 방황해도 괜찮다고, 충분히 분노하고 슬퍼하며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앙의 여정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저자에게 곧 부활이자 천국을 의미했던 죽음의 사건은 현재의 삶을 다시 만나는 계기로 변화되어간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6개월 전 떠나신 엄마가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도 이것 아닐까. 삶을 살아라, 네 삶을 살아라. 내 딸아, 이제 죽음을 두려워하는 상복을 벗고 ‘현재라는 선물’을 살아라. 반드시 죽을 너의 운명을 기억하되 ‘살아 있는 사람’으로 살아라!”

누구든 이 책으로 상실의 경험과 감정, 기억을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다. 그런 치유의 손길이 느껴지는 책이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복음과상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