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호 에디터가 고른 책]

윌리엄 윌리몬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15,000원
윌리엄 윌리몬 지음 / 정다운 옮김 / 비아 펴냄 / 15,000원

그동안 교회에서 경험했던 성찬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이 책을 골랐다. 어떤 의미로 진행되는 의례인지 알지 못한 채 무감각하게 흘려보낸 성찬 자리도 있었기 때문이다.

‘성찬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성찬에 관한 현대판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윌리몬은 성찬의 의미, 그에 관한 신학적인 논쟁들, 성찬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들까지 성찬에 관한 모든 내용을 망라한다.

원제는 ‘Sunday Dinner’인데 ‘오라, 주님의 식탁으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일요일 저녁을 뜻하는 단어에서 ‘성찬’을 떠올릴 만큼 성찬이 익숙한 영미권과 달리, 장로교가 강의 성찬이 특별할 때 하는 전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다수 개신교에서는 성찬보다 설교를 더 중요시하는 상황이라 성찬의 중요성이 덜 부각되는 편이다. 그만큼 성찬을 경험하고 그에 담긴 의미를 숙고할 기회가 많지 않기도 하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 교회 모습을 비판하며 성찬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 되게 하는 핵심 실천이라 말한다. 그러면서도 성찬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식사’이자 즐거운 잔치임을 강조한다.

“식탁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우리의 말과 규칙에는 환대와 자비가 넘쳐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규칙과 가르침을 남발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성령의 인도를 따라 나온 이에게는 “주님의 식탁으로 나오십시오”라는 단순한 말과, 음식을 받고 자리로 돌아갈 방법 정도만 전하면 충분하지 않을까요.”(118쪽)

저자는 성경 본문과 일상 경험을 통해 성찬의 의미를 아주 쉽게 이야기한다. 신학적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다소 예민한 부분도 읽는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로 풀어낸다.

“무심한 관찰자의 눈에 반지는 한낱 금속 조각에 불과한 것, 기껏해야 금의 금전적 가치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는 물건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춥고 쓸쓸한 날 홀로 창밖을 바라보던 제게 그것은 저를 향한 아내의 사랑, 저를 오랜 시간 안내해 준 따스한 사랑의 상징이었습니다. … 외부에 있는 무심한 관찰자의 눈에 성찬에서 나누는 빵과 포도주는 그저 빵과 포도주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에게는 그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빵이 오래도록 전해져 온,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주님의 사랑, 그 사랑을 가리키는 상징입니다.”(39-40쪽)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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