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호 에디터가 고른 책]
기독교인에게 경전으로 여겨지는 마태복음은 ‘고전’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클래식이란 한 사람이, 한 사회가, 인류가 전쟁과 같은 위기 상황에 있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자원이 될 만한 사상, 지식 책”이라고 소개하며 “그런 의미에서 「마태복음서」는 고전”이라 밝힌다.
이 책은 저자가 비기독교인을 포함한 교양인에게 마태복음을 해설하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강의를 엮어낸 것이다. 대학교에서 기독교교양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며 비기독교인 학생들과 소통해왔기 때문인지, 낯설지 않은 쉬운 말로 채워지는 저자의 마태복음 설명이 머릿속에 착착 들어앉는다.
마태복음을 사회비평적, 역사비평적 관점으로 짚어내는 이 책은 문헌이 기록될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촘촘히 살피고, 비유에 담긴 이면을 추적해 나간다. 마태복음을 읽는 것은 결국 예수의 행적과 말을 조명하는 일인데, 성서 내용을 비기독교인을 위해 ‘번역’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새로운 세상은 기존 세상의 상상력을 훨씬 뛰어넘지요. 기존 세상에서 여성은 누군가의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에서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누가 누구의 소유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 자체가 하나의 신과 마주하는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될 뿐이지요.”(182쪽)
이런 해석은 성서 기록 당시의 문화 사회적 배경을 몰라서 성서만 보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또, 예수의 정신과 기독교의 핵심 가치가 명료하게 그려진다.
“예수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의 질서가 우리의 삶과 사회에 전혀 유익하지 않다면 거대하게 도발적 상상을 하고 새로운 질서를 꿈꾸어라 … 고 말입니다.”(182쪽)
또 여러 문학과 미술, 음악 작품을 끄집어 와 성서의 가치를 일깨운다.
“베르길리우스나 호메로스의 세계가 무의 세계, 전쟁과 명예와 사나이의 세계라면, 「마태복음서」는 문의 세계, 철학자가 다스리는 세계라고 했습니다. … 예수는 부활하고 나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자신이 명령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라”고 했습니다. 곧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통치하라는 것이지요.”(225쪽)
저자는 “2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예수의 가르침에 가슴이 울린다면, 「마태복음서」는 고전으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비기독교인에게 기독교의 가치와 매력을 일러주는 데 적합하고, 마태복음을 새롭게 읽을 기독교인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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