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호 에디터가 고른 책]
《메시지》의 저자 유진 피터슨이 목회하는 아들 에릭 피터슨에게 보낸 목회 서신을 엮은 책이 나왔다. 목회를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시작된 이 편지는 무려 11년간 이어진다. 37통에 달하는 이 서신은 정리된 목회 노하우라기보단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일상에서 겪은 이야기를 통해 유진 피터슨의 목회 철학을 전한다.
그는 “목사직을 구성하는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 중 하나는 인격성”이라면서, 목회를 하며 만난 사람들, 그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찰하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각 사람을 영혼으로 대해야 할 목사가 “겉모습과 수행능력에 집착하는 세계의 가정이 내면화되는 순간, 우리는 끝장이기 때문”이다.
“목회 초창기에 나는 엘리트주의적 교회 개념을 갖고 있었다. … 내가 다른 그리스도인들을 예수님을 따르는 동등한 신자로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면의 우월감과 특권의식을 버리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지.”(105쪽)라고 그가 밝히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는 목회를 하면서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오래전에 주고받은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울림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것은 주로 이 세상의 시류 속에서 어떻게 본질을 붙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목회자의 과제와 맞닿아 있다.
“문화를 거스르는 이런 정체성을 키우는 일을 계속 숙고할 전략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바로 목사이기 때문이다. … 오늘날 우리 문화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격적·관계적 정체성을 회복할 방법을 찾고 … 어둠의 세력들에 대응할 전략을 개발하는 일이 아닐까?”(126쪽)
이 편지들은 어디까지나 아들을 향해 쓴 글이기 때문에 사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편지에 드러나는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고 격려하는 부모의 마음은 읽는 이의 질투심을 자극할 정도다.
목회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 목회자의 고민을 엿보고 싶은 사람, 세상의 시류를 거슬러 교회 공동체 생활을 깊이 있게 끌고 가는 시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