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호 에디터가 고른 책]
평화활동가 송강호 박사가 평화 단체 ‘개척자들’ 잡지에 기고한 글을 엮은 책이다. 그는 청년들과 ‘개척자들’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20년 넘게 반전 평화운동을 해왔다. 현재는 구럼비 바위에서 기도하고자 해군 기지에 들어간 일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제주교도소에 수감되어있다. 그의 활동이 본지에 여러 차례 소개된 적 있지만, 비폭력·비타협·불복종 운동을 실천하는 신앙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 이 책을 골랐다.
책은 그의 신앙이 어떻게 한국교회를 향하고, 모든 전쟁, 국경, 억압을 넘어서는 평화를 위한 헌신이 되는지 설명한다.
“나는 하나님이 왜 나를 구원하셨는지, 그리스도인이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오랜 세월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동안 내가 잃어버리고 찾지 못했던 것은 바로 평화였다. … 평화를 만드는 일이 하나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자, 나의 신앙의 맥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사야와 미가 예언자에게까지 연결된다는 깨달음이 왔다.”(28쪽)
그의 메시지는 실천이 생략된, 사회책임을 잊어버린 그리스도인의 양심을 타격한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실제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의 직무를 현저하게 유기하고 있다는 말이다.
“교회는 이제라도 우리가 순종해야 할 진정한 권위는 오직 하나님 한 분뿐임을 가르쳐야 한다. 두려움 앞에서 판단력을 잃고 부당한 명령에 무조건 굴종하는 그리스도인은 아무 힘이 없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그 일을 거부하고, 최소한의 확신이 들 때까지 행동을 유보하는 훈련을 하자.”(236-237쪽)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다. 한국교회와 군사주의 체제를 향한 비판과 신념의 말들이 그랬다. 솟구치는 열정이 표현에 녹아들었으리라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오래전(1999년부터 2010년까지)에 쓰인 글인데도 현재 진행형으로 보이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꿈꿀 수 있는 평화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며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현실로 만들어야 할 책임을 떠맡은 사람들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평화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화평케 하는 직무를 맡겨주셨다.”(29쪽)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
